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79)

“저 산 너머 사막으로 가면 선인장이 살고 있는데, 물이 부족한 곳에서도 선인장이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뭔지 아니?”....“선인장은 턱없이 부족한 물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빨아들이거든...(중략)..높이보다 깊이가 더 중요한다는 것을 선인장은 잘 알고 있는 거야.”

“깊이를 갖는다는 건, 꽃을 피울 수 있는 당장의 씨앗을 열망하지 않고, 씨앗을 품을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놓는 거야. 토양만 있다면 꽃은 언제든지 피어날 수 있거든.”... “같은 종류의 나무라면 뿌리가 깊은 나무가 키도 더 큰 법이지.”
이철환이 쓴 ‘위로’에서 인용한 말이다. 우리는 이 글에서 잎과 뿌리에 대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다.

잎과 뿌리, 어느 쪽이 더 중요할까마는, 흔히 잎이 뿌리보다 더 중요하고 믿는 농부가 많다. 잎은 눈에 다 보이고 뿌리는 거의 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더 중요한 쪽은 뿌리다. 싹이 틀 때 보면 언제나 뿌리가 먼저 나오고 떡잎이 나온다. 그래야 먹고 살 수 있다.

뿌리털(근모)은 물과 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일 년 내내 나오지만, 과수의 경우 진짜 영토를 넓히는 원뿌리(주근)가 나오는 것은 일 년에 두 차례 3월과 9월이다. 봄 뿌리는 3월 초순에 나오기 시작, 5월 중순에 절정에 달하고 7월 중순에 멈춘다. 뿌리가 나오고 20~30일부터 잎과 새 가지가 나오고 자란다.

가을 뿌리는 9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해, 하순을 거쳐 10월 상순에 최고에 이른다. 가을 뿌리는 결정적으로 가을 비료의 영향을 받는다. 9월 중하순에 시비한 질소비료가 가을 뿌리의 발생을 촉진시키고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흙속에 있는 잠자고 있던 인산과 칼리의 흡수까지 높인다.
가을 뿌리는 봄 뿌리에 비해서 곁뿌리(측근)의 발생은 적지만, 껍질을 두껍게 해 양분저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렇게 가을 뿌리는 저장양분을 위한 양분흡수는 물론 ‘저장창고’ 기능까지 한다.

가을 비료는 뿌리가 갈변되는 것을 막아 3월까지 하얗고 활력 있는 상태로 유지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질소를 먹지 못한 뿌리는 갈변된 채 겨울나서 지온이 12~13℃가 돼야 봄 뿌리가 나온다. 하얀 뿌리는 4~5℃나 낮은 8℃에도 뿌리가 나와 적어도 한 달은 빨리 양분 흡수가 시작된다. 어느 쪽 과실이 더 크고 좋을까, 안 보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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