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56)

나무심기의 성패는 배수, 토양분석, 비료에 달렸다

‘나는 이 산 저 산에서 노란 찰흙, 흰 찰흙, 검은 찰흙을 캐 와서는 나무뿌리를 곱게 싼 후 물을 주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나무는 죽고 말았다. 몇 번 다시 해 봐도 죽어버려 어린 가슴에 상처가 되었다.’

신준환 교수가 ‘다시 나무를 보다’라는 수필에 쓴 내용이다. ‘한참 나중에 안 일이지만 찰흙이 너무 차지기 때문에 물과 공기가 통하지 못해 죽은 것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이 과정에서 ‘무작정 사랑한다’는 것이 상대방의 죽음을 낳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상대는 생각하지 않은 채 내가 좋아하는 쪽으로 끌고 가 어려움을 만들곤 한다.

이제 나무를 심는 계절이 다가왔다. 한해의 시작은 정월 초하룻날에 있고, 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있듯이, 식목의 성패는 전적으로 심을 때에 달려 있다. 이때 잘 못 심으면 두고두고 후회한다. 신 교수는 ‘나무가 물을 좋아한다지만 물이 차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 나무가 죽는다’는 것도 깨닫는다.

얼마 전 전국의 체리농가들을 만났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후회는 심을 때 흙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심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후회는 배수였다. 특히 논에 심은 경우, 배수불량 때문에 결실기가 왔어도 제대로 재미를 못 보는 농가가 대부분이었다.

물이 없으면 나무가 죽지만 과습해도 결실이 안 되거나 죽는다. 뿌리가 물을 먹는 만큼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무를 잘 심는 첫째 비결은 배수에 있다. 무엇보다도 배수조치를 하고 심어야 한다. 논의 경우, 배수가 잘되는 ‘시루논’이 오히려 과수에는 좋다. 그렇다고 배수가 나쁜 논이 과수원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이런 논은 벼 뿌리가 닿지 않은 30㎝이하에 지난 수백, 수십 년 동안 양분이 축적돼 있어, 배수만 잘 해주면 매우 좋은 과수원을 만들 수 있다.

나무를 심을 때 두 번째로 꼭 해야 할 일은 흙을 분석하는 일이다. 분석해 보면 무슨 성분은 많고, 무슨 성분은 적은지 알 수 있다. 많은 성분을 주지 않는 것은 투자비를 아끼기도 하지만, 흙을 망치지 않아서 좋고, 작물이 잘 자라서 좋다. 심을 때 그 자리에 토양개량을 해줘야 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유기질비료, 흔히 퇴비라고 하는 비료를 넉넉히 줘야 한다. 땅심을 좌우하는 성분이 바로 유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떤 유기물이나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악취가 채 가시지 않은 유기질비료는 가스로 뿌리를 죽인다. 때문에 악취가 나거나 아직도 발효가 덜 된 유기질비료는 뿌리 위에 넣고 심어야 한다. 심을 때 화학비료도 충분히 넣어줘야 수확이 빠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