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50)

내 강의시간에 수강생들은 괴롭다. 조용히 설명만 하고 나가면 좋으련만 웬 질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쌓는지. 게다가 천근같은 눈꺼풀이 살짝 내려앉을라치면 다가와 말한다.

“굿모닝! 하우아유?(좋은 아침! 어떠세요?)”

보통의 강의처럼 설명만 듣다 집으로 돌아가면 기억나는 게 없다. 농사에 보탬이 안 된다. 그래서 나는 유난을 떤다. 강의에서 제일 먼저 하는 질문은 언제나 이거다.

“흙의 조상은 누굴까요? 모른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대답 즉시 나가주세요. 모르니까 배우러 왔지요. 이 자리에서 모르는 것은 당연해요.”

이렇게 윽박지르면 기상천외하고 재미있는 대답이 쏟아져 나온다.

답 중에는 흙의 조상은 물이다, 먼지다, 사람이다(‘사람은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는 성경이 떠오른 듯) 등 아주 다양하다.

지난번에는 맨 앞줄에 앉은 신사가 진심어린 투로 “하나님요.”라고 대답한다.

나는 생각하지도 않고 “그런 말씀은 교회나 가서 하세요!”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얼굴이 불괘해졌고 나는 속으로 참 미안했다. 뒤에 곰곰이 따져보니 왜 그리 화가 났는지 알았다.

사람이 종교를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허지만, 농사꾼이 과학은 안 믿고 하느님만을, 부처님만을, 알라신만을 믿다가 쪽박을 차거나, 심하면 하늘나라로 자청해서 미리 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농가들 때문에 화가 난 것이다. 농업도 과학이라 과학으로 풀면 인생도 풀린다. 농사를 경험으로만 짓는 것은 위험하다.

옛날 같으면 농사짓기가 쉬웠다. 흙에는 양분이 거의 없어서 내남없이 비료를 주기만 해도 돈이 잘 벌렸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두엄을 무조건 퍼 넣으면 농사가 잘됐다. 그러나 지금은 흙에 엄청난 비료가 축적돼 있다. 어떤 흙에서는 인산이, 어떤 흙에서는 칼륨이, 어떤 흙에서는 이 두 가지가 다 축적돼 있다. 안심하고 마구 넣은 가축분뇨 때문에 농사를 접게 되는 경우까지 일어나고 있다. 풀과 볏짚만 먹였던 가축에게 사료를 먹이니 분뇨에 엄청난 양분이 들어있어 화학비료가 무색할 정도다.

이런 상황은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농사에서 더욱 심해졌다. pH가 요동친다. 어떤 하우스에서는 3.7이, 어떤 하우스에서는 8.2까지도 보았다.

“이런 흙에 무엇을 넣어야 할까요?” “석회요!”

pH3.7 흙에는 딱 맞는 개량법이지만, 8.2 흙에는 pH가 더욱 더 올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때는 질산이나 인산을 줘야 한다. 그럼 흙의 조상은 뭘까? 용암이다. 용암이 식어서 바위가 되고, 바위가 풍화돼 자갈이 되고, 자갈이 깨져 모래가 되고, 모래가 깨져 드디어 흙이 된다. 그럼 주먹만 한 자갈이 풍화돼 흙이 되면 부피가 줄어들까 늘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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