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49)

연말과 연초 강의실에서 10여 년째 매년 단골로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이 있다. 한 종묘회사의 겨울농민대학 강의실에서다. 강의가 끝나면 얼마나 이해했나, 점검하는 퀴즈시간을 갖는다. 설명을 잘 한 수강생 2명에게 내가 쓴 책을 상으로 준다. 내 강의의 특징은 농사짓는데 꼭 필요한 8개의 키워드(핵심 단어)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아주 외우게 하는 것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언제 책을 떠들어볼 시간이 있겠는가.

초기에는 여러 번 들은 재수생(?)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았으나, 지금은 누구에게나 기회를 준다. 4수, 5수 한 농가도 어름어름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강의가 어렵고 설명이 부실한데도 문제가 있겠지만, 일 년 내내 잊고 지내다 오기 때문일 수도 있다. 허지만 농사도 과학이라 공부를 안 하면 소득이 늘어날 수 없다.

강의에서 8개 단어를 핵심적으로 강조한다. ‘과부촌-깡패-폴리스(경찰)-노숙자-국민주택-방귀귀신-망나니-천사’가 그것들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과부촌’이란 흙이 전기적으로 음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나대로 붙인 별명이다. 그럼 비료는 뭘까? 유기질, 무기질을 막론하고 모든 비료는 중성이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비료가 흙에 들어가면 분해가 일어나 이혼상태가 돼 이온(ion)이 된다. 그래서 흙속의 비료는 홀아비(+)와 과부가 되는 것이다. 이 중 일부 홀아비는 과부촌에 붙고 나머지는 뿌리로 들어간다. 과부도 마찬가지. 일부는 흙에 붙어 있는 홀아비에 붙고, 나머지는 뿌리로 들어간다.

작물은 양분인 홀아비와 과부를 먹는 만큼 똥과 오줌을 배설한다. 무엇을 먹든 작물이 싸는 똥오줌은 수소이온(H+)이다. 식물의 똥오줌인 수소이온은 ‘깡패’가 돼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한다. pH를 떨어뜨리고 양분을 불용화시키고, 양분이 들어가는 뿌리의 문을 망가뜨린다. 그래서 ‘폴리스’인 ‘석회’를 줘 중화시켜서 깡패를 잡아야 한다.

농가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있다. 과부촌에 사는 과부가 10명인데 홀아비(비료) 20명, 30명을 마구 넣어주니까 집이 없는 ‘노숙자’가 생긴다. 우리가 보통 말하는 ‘염류장해’가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농가들은 (매우 잘못된 방법이지만) 물을 대서 노숙자를 씻어버리지만 그렇게 만만하게 물러날 노숙자가 아니다. 이 경우 가장 좋은 방법은 노숙자(남는 비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국민주택을 만들어줘야 한다. 국민주택이란 녹비를 말한다. 겨울에는 호밀과 헤어리베치, 여름에는 수단그라스나 네마(장)황 같은 풀이 가장 좋다. 녹비는 뿌리를 깊이 30~100㎝까지 뻗으면서 노숙자를 빨아들여 자란다. 그 깊이만큼 유기질 관(管)이 생겨 작물을 심으면 뿌리가 그 관을 통해 깊이깊이 뻗어 내려간다. 녹비는 선충도 죽여준다. 10a에 씨 10㎏이면 생초녹비를 적어도 2~3톤 얻을 수 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