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45)

일반퇴비에 손색없는
은행잎 퇴비…
병해충 피해 적어

앞뜰에 수북하게 쌓인 은행잎을 보니 문득 ‘퇴비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저곳을 뒤져 보았지만 자료가 없다. 인터넷에도 신통한 답이 없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전문가에게 물어보아도 뾰족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그는 “잘 안 썩기 때문일 겁니다. 마늘밭이나 파밭에 덮어주면 고자리파리가 덤비지 못한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구상에 가장 오래 살아온 식물 중의 하나가 은행나무다. 화석에서 보이는 약 2억7천만 년 전 고생대 말기 잎 그 모양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럴 수 있었던 비결은 잎과 열매가 온몸을 독으로 무장한 데다, 어떤 역경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병에 걸리거나 벌레 먹은 잎과 은행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열매가 익으면 지독한 쿠린내가 진동하고 만지면 옻이 오른다. 청산칼리도 미량으로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메틸피리독신은 중추신경을 지나치게 흥분시켜 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다량으로 있는 ‘징코린산’이란 독성(혈류 개선제로 쓰지만)은 동물에게 피부 알레르기와 신경독성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은행나무를 건드리는 것은 곤충이나 인간에게 어리석은 짓이라는 사실이 각인돼 있다.

은행잎이 잘 안 썩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영원히 안 썩을 수는 없다. 뭐든 죽고 나면 ‘성주괴공’(成住壞空)이란 우주 진리에 의해 썩고 사라지게 돼 있다. 은행잎도 별수 없다. 비교적 두껍고 독성, 특히 유기산이 많아 퇴비까지 시간이 걸릴 뿐. 일단 발효가 시작되면 독성물질과 유기산이 분해돼 발효에 속도가 붙는다. 그래도 은행잎만으로는 2~3년이 걸린다.

낙엽의 발효의 조건은 세 가지, 알맞은 수분-통풍-탄질(C/N)율이다. 은행잎은 두껍고 구겨지지 않아 잎끼리 서로 종이처럼 서로 달라붙어 통풍이 매우 나쁘다. 따라서 발효를 빨리 시키기 위해서 다른 종류의 낙엽을 섞으면 통풍을 좋게 해준다. 때문에 100% 은행잎보다 다른 낙엽을 섞으면 퇴비도 잘된다. 아무리 발효미생물이 많아도 낙엽 그것만으로는 기간이 많이 걸리고 퇴비의 질이나 양이 떨어진다. 낙엽에는 에너지인 탄소(C)는 지나치게 많은데 비해 양분인 질소(N)는 너무 적기 때문.

은행잎의 탄질율을 대체로 볏짚의 수준(67:1)으로 잡아준다. 따라서 은행잎 1톤에 물 250~400ℓ, 요소 12㎏ 꼴로 녹여 적시면서 50㎝ 높이씩 밟아 쌓는다. 이후의 과정과 방법은 앞의 글(본지 11월23일자)을 참고하면 된다. 은행잎 퇴비를 써본 사람은 토마토, 당근, 오이 등의 재배에서 일반 퇴비와 비교해서 손색이 없을 정도이고 병해충의 피해도 적었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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