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능성작물시대가 온다 - ⑧리치

▲ 5년간 공들여 시범재배한 리치를 바라보고 있는 제주도농업기술원 고승찬 연구사.

2010년부터 제주서 시범재배…올해 첫 결실
수입산보다 당도 4브릭스 이상 높고 품질 우수
엽산 다량 함유해 빈혈 효과…임신부에 특히 좋아

제주도농업기술원,
리치 전정·유인·방화곤충 방사,
병해충 방제법 등 기술정립 지속 추진

중국 광동성에서 주로 생산되는 ‘리치’는 붉고 오돌토돌한 껍질 안에 반투명의 하얗고 탱글탱글한 과육이 들어있다. 한입에 쏙 넣기 좋은 크기에 다디단 과육은 리치의 매력이다. 리치는 당나라 현종의 애첩이자, 절세미인으로 유명한 양귀비가 특히나 즐겨먹었던 과일로 알려져 있다. 5년간 국내에서 리치를 시범재배해 최근 첫 결실에 성공한 제주도농업기술원 고승찬 농업연구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재배한 리치가 우수한 품질을 지닌 것으로 입증됐다. 아열대 과일인 리치를 재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아열대 최북단 지역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소득작물을 발굴하기 위해 2010년 중국에서 리치를 들여와 시험재배를 하게 됐다. 기존의 망고, 용과 등의 아열대과수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먼저 재배가 시작돼 농가에서 재배되지 않은 작물 중 유망하다고 생각되는 ‘리치’를 선택하게 됐다.

-재배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리치는 중국, 대만, 동남아 등 노지에서 재배되는 곳에서는 결실을 잘 맺지만, 제주의 경우에는 반드시 하우스시설에서 재배해야 하며, 겨울철에는 최저 5℃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결실이 좋지 않아 문헌을 참고한 결과, 박피(껍질 도려내기) 처리가 결실률 향상에 좋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박피와 철사 조이기를 실시한 결과, 무처리에 비해 안정결실이 됐다. 리치는 햇빛을 좋아하는 호광성 과일로 햇빛이 잘 들도록 전정과 가지유인 기술을 통해 더욱 결실에 힘썼다.

▲ 제주도농업기술원 내 시설재배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리치.(사진 위)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재배한 리치는 수입산에 비해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러워 품질이 우수하다.(사진 아래)

-리치의 매력과 효능은 무엇인가?
리치에는 엽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빈혈예방 효과가 좋다. 특히 임신부에게 좋으며, 비타민C나 칼륨도 포함돼 있어 감기나 고혈압 예방에도 좋다. 또한 폴리페놀이 많이 함유돼 있어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시력보호와 심혈간질환에도 효능이 있다. 이 외에도 항암 특히, 췌장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지역에서 리치를 재배할 경우, 노지가 아닌 하우스에서 재배해야 하는데, 성숙기에 인위적으로 단수(물관리) 처리가 가능해 수분 스트레스에 의한 당도 향상으로 품질이 우수하다.

-리치로 가공품도 만들 수 있는가?
리치는 대부분 생과로 소비되며, 노지재배를 하는 중국, 동남아 등에서는 생산단가가 싸서 말린 리치 정도의 단순 가공품으로도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하우스 재배로 생산원가가 높기 때문에 생과로서 소득이 높은 소비층을 겨냥해 재배해야 한다.

-향후 리치 재배 전망은?
최근 씨가 없는 ‘무핵리치’와 고품질 리치 품종이 중국, 대만 등지에서 개발돼 있다. 이 같은 유망 품종을 도입하고, 제주지역에 맞는 리치 품종을 선발해 농가에 보급하면 틈새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소득작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리치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에게 조언과 향후 계획은?
국내에는 현재 리치 묘목이 없다. 필요할 경우 중국이나 대만 등지에서 수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묘목을 확보해 재배에 착수하는 경우, 여건상 제주지역 농가에게는 제주도농업기술원의 현장에서 컨설팅이 가능하다.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는 리치의 안정생산을 위한 전정, 유인, 개화기 방화곤충 방사, 병해충 방제요령, 박피 요령 등에 대한 연구와 기술정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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