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31)

과수를 잘 기르려면
겨울 동안 녹비 재배해야

질소는 약도 되고 독도 된다. 잎이 노랗게 변하고 비실비실하는 배추에 요소 한 숟갈 뿌려주면 검푸르게 변하면서 싱싱한 새 잎이 난다.
그러나 잎을 씹어보면 지리고 떫다. 질소는 엽록소의 필수성분이라, 노랗게 잎이 변했다는 것은 질소 결핍증상이다.

이때 질소가 들어가면 물 만난 올챙이처럼 왕성하게 엽록소가 만들어지고 푸르게 된다. 엽록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뿌리에서 올라온 물에 잎의 숨구멍에서 들어온 이산화탄소를 섞어서 포도당을 만드는 공장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은 쌀이 되고, 참깨가 되고, 사과가 된다.
물과 이산화탄소를 병에 가두고 아무리 흔들고 별 수단을 다해도 절대로 포도당은 생기지 않는다. 만일 어떤 과학자가 이 두 성분으로 포도당을 만들었다면 장담하건데, 적어도 노벨 화학상과 평화상을 동시에 수상할 수 있다. 엽록소만이 이 공장을 돌릴 수 있다.

질소가 들어가면 엽록소가 만들어낸 당을 써서 단백질이 되고 잎이 되어 마구 자란다. 도장지가 생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질소비료를 주기 전 사과나무가 당(糖) 100g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질소비료를 주자 질소는 50g의 당을 끌고 나가 도장지와 잎을 만든다. 그럼 사과나무에 남아 있는 당은? 그렇다. 50g뿐이다. 당도가 반으로 떨어진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 50g이 만들어질 때 시고 떫은 유기산도 50g이 만들어진다. 결과적으로 질소는 사과의 당도를 떨어뜨리고 맛을 시고 떫게 만든다. 독이 되는 이유다.

그렇다고 질소는 주지 않는다면? 사과도 안 크고 잎이 늙어서 이듬해를 위한 저장양분도 만들 수 없다. 줄 수 없고, 안 줄 수도 없다. 그래도 주어야 한다. 얼마나 주어야 하나? 아무도 모른다. 가장 잘 아는 분은 하느님, 그래도 아는 사람은 과수원 주인이다.
흙을 분석해보니 질소 100g이 있다고 치자. 이 중에 흙 알갱이에 저장되어 있는 양은 1~5g에 불과하다. 그리고 나머지 95~99g은 흙 속 유기물에 저장되어 있다. 그러니까 절대량의 질소가 유기물에 저장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질소비료 100g을 주었다면 그 중 95~95g이 유기물에 저장된다. 그런데 과수원 흙에 유기물이 조금밖에 없다면 한꺼번에 과수에 흡수되는 한편 흙에 겉돌다 비가 오면 씻겨 용탈된다. 한꺼번에 흡수된 질소는 당도를 떨어뜨리고 도장지를 만든다.
적어도 10월 하순 낙엽까지 버텨야 하는 질소가 9월 하순에, 비가 오면 중순에도 바닥이 난다. 이렇게 되면 뿌리가 갈변한다. 갈변한 뿌리는 이듬해 봄 지온이 12~13℃가 되어야 흡수를 시작한다. 한편 질소가 적당해서 하얗게 월동한 뿌리는 지온이 8C에서도 새 뿌리가 나와서 흡수를 개시한다. 봄철 4~5C 차이는 적어도 한 달 이상 차를 보인다.

그럼 어찌하면 하얀 뿌리로 월동시킬 수 있을까? 흙 속에 넉넉하게 유기물이 있다면 시비한 질소를 저장했다 꾸준히 뿌리에 준다. 그래서 나는 과수를 잘 기르려면 반드시 겨울 동안 녹비를 재배하라고 권한다. 어쨌거나 9월 중하순에 약간의 황산암모늄(유안)을 주는 것이 잎을 젊게 해 단풍과 낙엽을 지연시키고 양분저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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