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18)

▲ 질소가스가 나와서 마치 낙하산처럼 밖으로 뒤집힌 오이 잎.

질산을 주면
pH도 떨어뜨리고
부족한 질소도 공급

내게 ‘얄미운 사람’으로 치부되는 사람이 또 있다. ‘내가 가르쳐 준 기술을 아무도 모르게 써서 혼자 돈을 벌려는 사람’이다.

멀지도 않은 작년의 일이다. 새 기술을 가르쳐줘서 갈아엎어야 하는 데도 계속 돈을 짭짤하게 번 농가가 있었다. 시설 오이농가인데, 지난 30여 년 동안 욕심을 내서 비료를 주다보니 흙에 염류가 엄청나게 축적돼 있었다. pH는 8.2, 전기전도도는 무려 22.2dS/m였다. pH는 높아도 7을 넘지 않아야 하고, 전기전도도는 3을 넘어서는 안 되니, 오이 밭이 어떤 상태인지 짐작이 될까? 잎은 마치 낙하산처럼 밖으로 뒤집히고 오이는 활처럼 굽었다.

pH가 7.5이상에서는 흙에서 끊임없이 질소가스가 나오고, 이슬이 맺히면 질소가스가 녹아들어가서 세포 속의 칼슘(Ca)을 녹여 끌어낸다. 때문에 세포벽이 깨져 잎은 낙하산처럼 밖으로 말린다. 한편으로 곡과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은 탈질(脫窒)로 흙에는 질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오이가 그 모양이니 당장이라도 덩굴을 걷고 물을 채워서 염을 씻어 내야할 판이다. 그런데 인산과 질산을 각각 1천 배로 희석해서 주니 잎은 정상으로 돌아오고 특품 오이가 주렁주렁 열리는 게 아닌가. 왜일까? 알고 보면 원리도 간단하고, 처방도 간단하고, 시비도 간단하다.

시급한 문제는 빨리 pH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야 탈질도 막고, 알칼리에서 칼슘에 고정된 인산도 족쇄가 풀린다. pH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방법은 산을 주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황산이나 염산을 주면 황과 염소가 과잉으로 공급돼 다른 피해를 받게 된다. 그러나 질산을 주면 pH도 떨어뜨리고 모자라는 질소도 공급된다. 인산을 주면 pH도 떨어뜨리고 인산도 공급된다. 돌 하나로 네 마리 새를 잡는 1석4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800평 하우스에서 겨우 2~3상자를 수확했던 그가 내 처방을 써서 최고 19상자를 수확하기에 이르렀고, pH는 7로 전기전도도는 6.1로 떨어졌다. 휘파람을 불었다.

나는 절대로 비밀을 지켜 달라고 시작에 앞서 그에게 당부했다. 왜냐하면 훼방꾼들이 수시로 들락날락, 이래라저래라 하는 바람에 배가 산꼭대기로 올라간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입을 열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도 그는 나와 한 약속을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는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나는 그가 벙어리가 되는 바람에 그의 작목반의 다른 사람들에게 기술을 자문해 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얄미운 당신’은 다음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고, 그러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잃고 말았다.

‘줘야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는 사람은 평생 손발이 고달플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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