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임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① 유연숙 한국생활개선전북도연합회장

▲ 유연숙 회장은 정읍 고부면 자신의 집 앞마당을 20여년간 정성들여 사시사철 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꿨다.

여성 이장 하던 정읍의 효부, 생활개선전북도연합회장 되다

면 회장 시절 생활개선회 주축으로
고부면 농업인상담소 신축 이끌어

동학농민혁명의 발생지로 유서 깊은 지역인 전북 정읍시, 유연숙 한국생활개선전북도연합회장은 바로 이곳에서 태어나 자라서 같은 동네 김종식 씨(전 정읍시농민회 회장)와 결혼했다. 지금은 돌아가신 시부모 병수발은 물론 시동생들까지 거두며 살림을 키워서 동네에선 정읍의 효부 똑순이란 소릴 듣는다.

고부면의 유연숙 회장집을 찾았을 때 제일 먼저 잘 가꾼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20년 동안 돌봤다는 정원에는 수선화가 반기고, 키가 2미터도 넘을듯한 동백나무는 붉은 꽃이 한창이었다. 곱게 손질된 잔디에는 주인의 부지런함이 오롯이 드러났다.
“종일 밭일 논일하다 지쳐 돌아왔을 때 우리 두 내외가 이곳 정원에 앉아서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도 올려보고 바람도 쐬면서 한숨 돌려요. 그때는 천국이 이곳이구나 싶지요.”

유연숙 회장은 농촌의 바쁜 일상에도 삶의 여유를 찾고 싶어 정원을 정성들여 가꿨다. 봄에는 철쭉, 여름엔 장미, 가을엔 국화와 구절초 등 사시사철 각종 꽃이 번갈아 피어나는 정원은 유 회장의 쉼터다.
“생활개선회와의 인연은 지금은 결혼 한 우리 큰애를 포대기에 업고 교육받으러 다녔을 때니까 근 30년이네요.”
결혼하자마자 시부모 병 수발과 집안 살림에 농사일까지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짬짬이 농업기술센터를 찾아 교육받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는 게 무척 보람있기에 ‘새댁이 싸 돌아다닌다’는 소리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점점 마을 어르신들도 ‘새댁이 농사일도 잘하고 부모 봉양도 잘하고 야무지다’고 인정을 하고, 2001년에는 당시로는 보기 드물게 여성으로 이장일도 맡게 됐다.
“이장 되자마자 동네 30년 숙원사업이던 농로도 뚫고, 제가 나서서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유 회장은 지역민들의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내며 목표를 위한 이해와 설득부터 구하며 일했기에 무려 9년간 이장직을 맡아 마을 발전을 이끌었다.

유 회장은 생활개선회 활동 역시 고부면 회장부터 정읍시 총무와 회장, 도연합회 사무국장 등 차근차근 계단을 밟으며 역량을 키웠고, 2015년 한국생활개선전북도연합회 회장에 올랐다.
유 회장은 면 회장 시절에는 회원들이 내장산 축제 때 농특산물 판매로 마련한 기금 1천만원으로 330㎡의 농업인상담소 부지를 마련하고 시에 기부채납하며 상담소 신축에 앞장서서 농업인이 주도해 신축한 농업인상담소의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또 ‘우리 농산물로 안심 먹거리를 만들어 먹자’는 목표로 동네에서 직접 농사한 콩을 가공, 방부제를 일절 넣지 않은 두부 가공 공장(부뚜막 두부)도 회원들과 함께 농외소득장으로 운영 중이다.
품삯이 많이 들어서 농사 규모를 좀 줄였다는데도 벼농사 3만3천㎡와 한우 100두, 그리고 가족들 먹을 밭농사가 있다.

“앞으로 여성농업인들도 우리 농업에 대한 고민을 하며 농사지어야 합니다. 또 촌에 살면서 시골의 매력에 푹 빠졌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배우면 남들에게도 알리고 나누는 게 특히 보람 있다는 유연숙 회장은 도연합회장으로 바쁜 일상에서도 올해는 분재배우기에 새로 도전해 자신의 삶을 가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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