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14)

하우스농사는 현장에서
인산 중요한 성분…
월1회 현장진단 필요

인산비료를 생각하면 꼭 잘 토라지는 소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인산은 아주 예민하기 그지없다. 이미 앞에서 말했지만(본지 3월23일자), 인산의 소갈머리는 처음 흙에 들어갈 때부터 내민다. 질소와 칼리는 흙에 떨어지자마자 물에 녹아 뿌리로 다가가지만, 인산 떨어진 자리에서 뭉그적거릴 뿐 뿌리로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뿌리야, 나를 사랑하면 네가 와서 안고가렴!”하고 콧대를 세운다. 뿌리는 아래로 뻗는 습관이 강해서 아름다운 소녀가 있는 표토로 잘 가지 못한다. 더구나 이미 표토에 있는 알루미늄이나 철과 동거를 시작한 상태라 뿌리가 유혹해도 따라나서지 못한다.

작물이 꼭 필요로 하는 14가지 필수원소 중에 질소만큼 중요한 성분은 없다. 13가지 성분을 다 줘도 질소를 안 주면 안 크고, 질소만 줘도 상당한 정도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료를 말할 때 ‘질소-인산-칼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14가지 필수원소 중에서 질소 다음으로 중요한 성분이 무엇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인산이 두 번째 자리를 차지하니까 정말 중요한 성분이다. 그런데 까다롭기 그지없다는 게 문제다.

앞서 설명했듯이 pH6 이하의 산성에서는 흙에 두 번째와 세 번째로 많은 알루미늄(Al)과 철(Fe)이 급격하게 많이 녹아나와 인산을 고정시켜 버린다. 이와 반대로 7.2이상의 알칼리로 올라가면 인산은 수소(H+)를 잃어버려 2가와 3가의 인산(HPO42-,, PO43-)이 되면서 알칼리에서 많이 녹아나오는 칼슘(Ca)과 붙는다. 1가 인산(H2PO4-)에서 2가, 3가로 되면서 칼슘과 붙은 인산의 용해도는 물 1ℓ당 각각 219g에서 0.2g, 0.0012g으로 현저히 떨어진다. 이런 변화는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에서 분석한 처방서조차도 믿기 어렵다.

처방서에는 필요한 양의 두 배, 세 배 있어도 대부분 구용성이나 불용성이기 때문에 당장 부족한 경우가 많다. 때문에 딸기와 오이 등 하우스 농사에서는 현장에서 한 달에 한 번 꼴로 현장진단을 해보아야 한다. 나는 시비처방서의 인산은 ‘부동산’, 현장진단을 통해서 작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수용성인산을 ‘현찰’이라고 부른다. 우리도 부동산이 아무리 많아도 현찰이 없으면 굶어죽을 수 있는 거나 같다.

특히 제주도와 같이 화산회토에서는 인산이 흙 1㎏에 15g이상 흡착돼 마치 인산 고려장을 지내는 것 같다. 지난 해 제주도 딸기농사를 짓는 11농가의 흙을 분석한 결과 모두 필요량(현찰)의 1/5~1/10 밖에 안 됐다. 이런 경우 딸기농사는 질소가 아니라 인산이 좌우한다. 인산고정을 막기 위해 pH를 6~7로 개량하고, 유기질비료와 인산비료를 섞어주거나 인산비료를 퇴비 만들 때 넣어주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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