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농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⑤

▲ 대파 금이 X금이라고 내깔려 두어 다 얼어 죽었다. 하지만 이듬해 금값이 됐다.

돈을 잡으려면
한길로 끝까지 가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무섭지만 정말이다

내가 사는 경기도 오산에서 밭 1천여 평을 가꾸는 농부가 있다. 그는 잘 모르지만, 그의 농사는 잘 안다. 이웃이라 오가며 늘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에는 김장 배추를 심었는데, 풍년인데다 작황이 안 좋아 1할이나 팔았을까. 심겨진 채로 겨울을 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그가 주로 지은 농사는 대파, 양배추, 김장배추, 여름배추 등이었는데 망하지 않은 것이 기적 같다.
4년 전에는 온 밭에 대파를 거창하게 심었다. 불행히도 그해 가을 대파가 풍년이라 가격이 폭락했다. 풀도 매주지 않고, 덧거름도 주지 않은 채 겨울을 나는 바람에 다 얼어 죽고 말았다. 그런데 어쩌랴. 무슨 영문인지 봄이 되자 대파 값이 훌쩍 올랐다. 그의 골을 지르려는 듯이 월동 관리를 잘한 옆집은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이런 일은 해마다 반복됐다. 저지난해에는 여름배추를 심었는데 또 값이 안 좋아 어저귀 잡초만 무성하게 자랐다. 트랙터로 갈아엎고 나서는 양배추를 심었는데, 이번에는 작황이 형편이 없어서 거듭 죽을 쑤고 말았다. 몇 해를 지켜보다 보니 내 일인양 그의 농사가 내 농사가 된 기분이 들어 영 찝찝했다.
코딱지만 한 가게인데 메뉴판에는 밥도 있고, 면도 있고, 양식까지 40여 가지나 된다. 어느 것 하나 정붙일 음식이 없다. 먹을 만한 요리가 없으니 중고생의 얄팍한 주머니만 노린다. 농사에도 이것저것 마구 짓는 농사꾼이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돈을 피해가며 농사를 짓는다. 삼백예순날 돈에 쪼들리고, 어쩌면 죽을 때까지 허덕일 수도 있다.

돈을 잡으려면 한길로 끝까지 가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딸기를 재배한다고 하자. 우선 딸기가 좋아하는 흙과 양분을 알아야 한다. 딸기를 좋아하는 연령은 어떻고(40대가 최고), 어떤 가구에서 많이 사며(아이들이 많은 집), 어떤 지역에서 좋아하는지(서울과 경기지역), 주거 형태는 어떤지(아파트에서 많이 소비한다)도 알아야 한다.

그걸 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농촌진흥청에서 발간한 ‘시장세분화를 통한 과채류 구매패턴-딸기, 토마토, 참외, 수박, 오이’라는 책자를 보면 나온다. 이 밖에도 고추, 마늘, 양파, 배추, 무, 김치에 대해서도 미주알고주알 분석해 놓았다. 이 책을 보면 소비자의 심리를 손바닥에 얹어놓고 들여다 볼 수 있다.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요즘은 마이스터대학이나 농업기술센터, 여러 단체 등에서 농업기술교육을 많이 해주고 있다. 특히 귀농인을 배려한 교육은 매우 섬세하고 새로운 기술을 많이 가르친다. 발품만 잘 팔면 귀농했을 때 괄시하던 터줏대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다.
어느 농업기술센터의 공무원은 이같이 말했다. “귀농해서 4~5년 지나면 토박이들이 그 집 대문을 기웃거린답니다.” ‘한길 승부’ 무섭지만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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