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77)

▲ 고결한 마음의 매화

퇴계 이황(李滉)선생의 매화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퇴계의 방안에는 금방 향기를 터뜨릴 듯한 매화분이 있었다.
임종 직전 시중드는 사람에게 ‘저 매화에 물을 주라’고 하였다. 물을 주게 한 것은 매화에 대한 애정이 응축된 한마디라 하겠다.
또한 이질로 설사를 만나 방안의 냄새가 풍기자 ‘매형(梅兄)에게 미안하다’면서 매화 화분을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라 하고 환기를 시킨 후 매화 분을 정갈히 씻게 한 일화는 유명하다.
다음 시는 자신의 이러한 모습을 읊은 것이다.
‘뜰에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쫓아오네/ 매화꽃 언저리를 몇 번이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기를 잊었더니/ 옷 가득 향기 스미고 달그림자 몸에 닿네’
퇴계는 매죽문이 새겨진 벼루도 사용하였고 도자기로 만든 의자에도 매화무늬를 새겼다. 그가 만든 매화시첩(梅花詩帖)은 한국문학사상 최초의 자작, 자필 단일소재 단행본 시집이라 할 수 있다.
매화시첩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담겨있다.
‘마음은 언제나 산속의 매화와 함께 있고/ 밤마다 매화송이를 어루만지는 꿈뿐일세.’
그는 독창적인 매화관(梅花觀)을 확립하였고 그 아름다움을 시로 표현했다. 퇴계의 선비정신이 고스란히 매화에 담겨있는 것 같다.
퇴계는 시에서 매화가 동해로 얼어 죽은 것을 불쌍히 여겨 매일 매화를 방문하여 매화와 함께 살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한다. 지금 안동 도산서원에 가면 매화나무에 얽힌 전설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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