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76)

▲ 청혼 때 바치는 사랑의 홍자귀꽃

선조들은 조경용 수종을 선택할 때는 풍수지리설과 음양설, 민속 등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민속에서는 식재하는 수종이 길흉과 깊은 관계가 있어 식재위치를 결정할 때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었다.
일반적으로 큰 나무를 집안 가운데 심는 것은 상당히 꺼렸다. 뜰 가운데 나무를 심으면 집안이 곤궁해 진다고 믿었다. 또한 대문 앞에 버드나무나 대나무 그리고 큰 나무는 무조건 기피했다.
수양버들을 울안에 심지 않은 것은 가지가 늘어진 수양버들의 모습은 상(喪)을 당하여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기피했다. 집안에 복숭아나무가 있으면 조상신이 제사 때 찾아왔다가 복숭아나무가 무서워서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한편 요염한 복숭아꽃이 여자의 음기(陰氣)를 자극하여 바람이 난다고 믿었다. 뽕나무를 집안에 심는 것도 극히 금기였다. 그것은 뽕나무를 집에 심으면 뽕따러 멀리 갈 필요가 없어 게을러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뽕도 따고 님도 보고’ 라는 속담에서 보듯 부녀자들이 바람이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양반집에서는 뽕나무를 집 서편에 심는 것은 허락하였다 한다. 제주도에서는 자귀나무를 자구낭(잡귀낭)이라하여 집안에 심지 않았다. 그 연유는 아이들이 자랄 때 그 나무 그늘이 좋아 낮잠을 자다 모기에 물려 학질이 걸리는 것을 막자는 뜻도 있다고 한다.
명자나무는 꽃이 아름다워 아녀자가 바람이 난다고 믿었고, 그 밖에 뜰 앞에 오동나무, 무궁화는 심지 않았으며 집 주위에 단풍, 사시나무, 가죽나무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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