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75)

▲ 절개, 고결의 상징 국화

한국의 조경은 서양과 달리 인공적 아름다움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 특색이다. 한마디로 실용과 마감 그리고 철학이 가미된 정원이 한국의 전통 정원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자연주의적 미의식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대자연의 섭리에 인간이 순응함으로써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꽃이나 나무는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하고 인공으로 수형을 만드는 전지(剪枝)는 가급적 피했던 것이다. 춘원 이광수의 단편소설 속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정원 한구석에서 멋대로 자라고 있는 국화를 보고 어느 날 찾아온 손님이 말했다. “순을 치고 가지를 잡아줘야 국화모양이 나지요”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국화일은 국화가 제일 잘 압니다.”
국화는 뿌리가 견딜 수 있을 만큼 가지를 뻗어 자기 일은 자기가 잘 알아서 하는데 굳이 사람이 간섭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택문화에서는 그 위치를 정함에 있어 방안에서 문만 열면 문밖의 자연을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즉 달이 뜨면 달을 빌리고 눈이 내리면 눈을 빌리고 꽃이 피면 꽃을 빌리고 단풍이 들면 단풍을 빌리는 것이다.
‘남산 뫼 어듸메만 고학사(古學士) 초당지어/ 곳 두고 달 두고 물 두나니/ 술 조차 두는 양하야 날을 오라 하거니’ - 정철
송강 정철이 고제봉(高霽峰)의 청을 받고 지은 시조라고 한다. 여기서 초당은 단순한 주거용이나 손님접대를 위한 공간으로서 기능을 넘어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의 구실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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