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74)

▲ ‘첫사랑’의 철쭉(영산홍) 분재

나무를 분에 심어 가꾸고 즐기는 행위를 일반적으로 분재 가꾸기라고 한다. 분재는 단순히 분 가꾸기와 달리 나무가 자연스럽고 고목다운 운치를 풍겨야 한다. 즉 창작성을 가미함으로써 비록 나무는 작으나 웅장한 느낌과 예술적 아름다움이 나타나도록 해야 한다. 나무를 바라볼 때 대자연이 그려내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풍경이 연상되고 오묘한 자연의 운치를 꾸며내는 것이 분재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분재는 주로 문인이 애완하는 대상으로 삼국시대에 이미 상당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유일의 원예고전 인 강희안의 ‘양화소록’에 분재에 관한 기록이 있으며 이 책에는 노송을 비롯한 철쭉, 매화, 석류, 오반죽(烏班竹) 등을 다루어 놓았다. 조선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영농에 관한 백과사전서 격인 홍만선의 ‘산림경제’에도 분재의 소재로 노송, 만년송, 대나무, 매화나무, 국화, 치자나무, 석류, 철쭉, 해당화, 배롱나무 등이 수록돼 있다. 분재의 수형은 줄기의 굴곡이 매우 심한 이른바 반간(蟠幹)이라고 불리는 수형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색(李穡)은 ‘사우정집’에 실려 있는 <분송>이란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뿌리는 용틀임하듯 굽어서 꿈틀거리고/ 줄기는 학의 날개인 양 꺾인 듯 낮게 드리웠네.’
고려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분재의 주종을 이루는 것은 소나무와 매화나무였다. 이것은 선비들의 인격수양에 적합한 윤리적 상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조선 후기에는 하나의 분속에 여러 나무를 모아 산림의 원경을 꾸며서, 마치 산봉우리 위에 올라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개발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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