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71)

▲ 영원한 행복의 눈 속 ‘복수초’

꽃꽂이에 있어 꽃을 꽂는 기구에서 주변의 배경, 꽃에 물을 뿌려주는 방법, 꽃을 감상하는 때와 장소에 이르기까지 허균의 <병화인>에는 수준 높은 기록을 남겨놓았다. 꽃병은 꽃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정교하고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꽃병을 놓아두는 곳의 환경을 잘 정리해야 하는데 꽃꽂이가 있는 곳에는 향을 피워서는 안 되며 매연을 피해야 된다고 주문한다.
꽃에 물을 뿌려주는 것을 세목(洗沐)이라 한다. 꽃은 먼지가 쌓이기 때문에 하루걸러 한 번씩 목욕을 시켜야 되는데 이것은 마치 미인이 화장과 머리 빗질을 하지 않으면 미워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꽃에도 새벽과 저녁이 있고 기뻐할 때와 조심할 때가 있고 꿈꿀 때와 깨어날 때가 있는데 꽃의 상황에 따라 적정한 시간에 목욕을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꽃을 목욕시킬 때 모란과 작약은 예쁘게 단장한 처녀가 하는 것이 좋고 석류는 아리따운 계집종이 하는 것이 좋다는 등 꽃에 따라 사람도 달라진다.
꽃은 감상하는 시간과 장소를 청상(靑賞)이라하는데 꽃은 차를 마시며 감상하는 것이 최상이요, 벗과 더불어 청담(淸談)하는 것이 그 다음이요, 술을 마시며 온갖 잡된 말을 하면서 꽃을 보는 것은 화신(花神)을 모독하는 것이라 했다.
꽃을 씻는 방법은 샘물이 달고 맑은 것으로 가늘게 뿌려주되, 맑은 이슬이 껍질을 축이듯이 뿌려주고 손으로 꽃을 만지거나 손가락 끝으로 꺾거나 다쳐서는 안 된다.
추위에 피는 꽃은 씻기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니 마땅히 가벼운 비단으로 싸주는 것이 좋다.
이처럼 동양적 전통 꽃꽂이에서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는 한국인의 멋과 슬기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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