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69)

▲ ‘자기희생’의 구기자 열매

꽃꽂이는 인간이 자연과 교감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꽃꽂이도 문화적 차이에 따라 그 양식과 방법에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꽃꽂이 소재의 경우 초화보다는 화목중심이었고 야생화보다는 재배화 중심이었으며, 여러 종류보다는 한 종류를 단순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허균의 <병화인(甁花引)>에서 보고 즐길만한 재배화의 종류를 계절에 따라 열거한 것을 보면 다음과 같다.
봄 : 매화, 해당화, 여름 : 모란, 작약, 안석류, 가을 : 목서, 연꽃, 국화, 겨울 : 납매로 열거하고 있다. 이러한 꽃과 사철 푸른 대나무과 송백가지를 곁들여 꽂아두면 훌륭한 풍취를 느낄 수 있다 하였다.
꽃꽂이는 한 가지만 간결하게 꽂는 것이 으뜸이지만 2-3종의 배합도 무방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꽃꽂이는 내면적, 정신적 기품을 담아 배합함으로 규방에 첩이 있는 것처럼 꽃을 의인화하였다.
또한 전통꽃꽂이는 꽃의 자연성과 조형의 조화 속에서 서정적인 꽃의 묘미를 찾으려고 노력해 왔다.
서양 꽃꽂이는 색과 양을 강조한 동적인 표현이라면 동양적 꽃꽂이는 선과 공간을 강조한 정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었다. 즉 선과 공간의 처리에 있어 생략과 단순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공간의 기능을 살리고 곡선의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을 으뜸으로 삼았던 것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꽃꽂이는 자연미를 강조한 점은 유사하지만 중국은 대범하고 무게 있게 처리했다고 하면 일본은 너무 인공적 기교가 격식화되어 있는 반면 한국의 꽃꽂이는 단순하고 간결하며 가볍고 부드러운 선의 유동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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