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66)

▲ 섬마을 가을 전령사 ‘털머위꽃’

인간은 꽃을 그들의 생활 속에 가까이 놓아두고 보길 원했다. 그것은 인간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정서를 고양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의 역사는 삼국시대부터 발전되어 왔으며 고분벽화에서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꽃을 소재로 한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화목은 매(梅), 난(蘭), 국(菊),죽(竹) 즉 ‘사군자’라 할 수 있다. 사군자는 바로 사계절이 분명한 춘·하·추·동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림은 꽃과 새를 소재로 한 화조화(花鳥畵), 꽃과 벌레를 소재로 한 초충화(草蟲畵), 꽃피는 식물을 소재로 한 화훼화(花卉畵)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율곡(栗谷)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은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여류화가로 시서화(詩書畵)에 뛰어났고 그림에서도 산수·포도·참외·수박·가지·초충(草蟲) 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다. 현존하는 작품의 대부분은 초충화이며 곱고 품위 있는 채색이나 순수하고 소박한 정신성, 그리고 여성다운 섬세함을 볼 수 있다.
추사(秋史) 김정희는 조선 후기의 서예대가로 추사체를 창안하여 서예사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 세한도(歲寒圖)는 초가와 지조의 상징인 소나무를 그린 그림으로 그의 문기(文氣)가 배어있다. 김정희의 난초 그림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부작란도(不作蘭圖)이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린 후 스스로 신의 작품이라 평하고 아래와 같은 시를 적어 놓았다.
‘난초를 안 그린 지 하마 스무 해/ 우연히 그려진 건 청성 때문일까
문을 닫고 깊이깊이 찾아갔더니/ 예가 바로 유마의 불이선일세’
꽃을 그림으로 나타낼 때 비록 그 향기는 없지만 꽃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잘 반영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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