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65)

▲ 순결한 사랑의 ‘패랭이꽃’

풍자는 현실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태도에 기인한다. 직설보다 날카롭고 강렬한 화법으로 모순에 찬 권력사회를 비판하고 ‘하늘을 가린 손바닥’의 위선을 발가벗긴다.
당쟁이 심했던 조선시대가 풍자문학이 발전하였으며 시조와 소설, 판소리 등의 풍자문학이 풍부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살펴보기로 한다.
고려말엽에 어떤 스님이 포은 정몽주에게 다음과 같은 시를 주었다.
‘만 리 강남 땅 엔 꽃이 피었을 테니/ 봄바람 부는 데면 어느 산인들 좋지 않으리’
그 스님은 포은 정몽주에게 자취를 감추라 한 것이다. 그러나 정몽주는 눈물을 흘리며 “슬프다, 이미 늦었소”라고 하였다 한다.
풍자문학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시조이다.
‘백설이 자자진 골에 구름이 머흐레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곳에 피였는고/ 석양에 홀로 서 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 이색
목은(牧隱) 이색(李穡)은 고려말 이성계 일파의 세력을 억제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체포되어 유배생활을 하다가 죽은 구파세력의 한 사람이다.
충신, 지사들이 몰락하고 간신들이 들끓고 나라가 기울어가는 판국에 몸 둘 곳을 몰라하는 지은이의 형언하기 어려운 고뇌를 잘 표현하고 있다.
‘꽃이 진다고 새들아 슬퍼마라/ 바람에 흣 날리니 꽃의 탓이 아니로다/ 가노라 희젓는 봄을 새와 므슴하리오’ - 송순
위 시조는 이조 명종 원년에 일어난 을사사화를 풍자한 것으로 여기서 ‘꽃’은 사화로 희생된 인재, ‘새’는 세상 사람들, ‘바람’은 득세한 가해자의 횡포를 말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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