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64)

▲ 꽃 중의 꽃, ‘모란꽃’

시와 술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술은 시적 서정을 자극하는 매개가 되었던 것이다. 옛부터 숱한 시가에서는 인생의 무상함과 세상사 허무함을 벗어나려 술을 찾았던 것이다.
이규보는 꽃과 술을 다 같이 좋아했다고 한다. 또한 술을 마실 때 마신 술잔의 수를 계산하면서 마셨다고 한다.
‘꽃가지 꺾어 술잔을 헤었더니/ 꽃가진 남았는데 사람 먼저 취해버렸네
청하노니 꽃송이 많은 가지 남겨두면 어떠리/ 주객들이 내일 또 오는 것을 어찌 방해하랴’ - 이규보, <절화음(折花吟)>
꽃가지가 아직 남았는데 주객이 내일 또 몰려와 술판을 벌이게 되면 또 꽃이 필요할 터이니 그 꽃을 버리지 말자고 한다.
술과 짝을 이룬 꽃 가운데 가장 많이 등장하는 꽃은 국화꽃이다. 그것은 국화로 빚은 국화주가 연계된 데에 그 이유가 있다고 짐작된다.
‘밑에 피어진 국화 황금색을 펼치온 듯/ 산 넘어 달은 시흥(詩興)을 모라 도다 온다./ 아희(兒㝆)야 잔 가득 부어라 취코 놀려 하노라’ - 작가미상
국화와 달과 술은 유달리 시흥을 북돋우어 준다.
국화이외에도 도화, 행화, 매화 등이 많이 등장한다.
‘봄이 가려하니 내라 혼자 말릴소냐
못 다 핀 도리화를 어이하고 가려난다/ 아희야 괸 술 걸러라 가는 봄을 전송하자’ -작가 미상
술과 꽃과 달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달 아래 꽃이 피어 봄은 적적하고/ 꽃가지에 달빛어려 밤은 침침한데/ 술잔에 달 띄워놓고 꽃아래 취하여서/ 꽃가지 어루만지며 달을 향해 읊도다’ -당백호(唐白虎), <춘소화월야>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