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63)

▲ 숨겨진 사랑의 ‘벌개미취’

꽃과 새는 시에 등장하는 훌륭한 짝 중에 하나였다. 짝을 지을 경우 막연히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새와 꽃이 꼭 따라다닌다. 예를 들면 두견새와 진달래, 기러기와 갈대꽃, 봉황과 오동, 학과 소나무 등이다.
이것은 새와 꽃이 전설에 얽인 밀접한 인연이 있어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두견새는 촉(蜀)나라 망제(望帝)가 한스럽게 죽은 후에 나타났다고 하여 그 넋의 화신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봄이 가니 산에는 꽃이 지는데/ 두견새 고향 돌아가자고 구슬피 우네
하늘가에 떠도는 하 많은 나그네는/ 흐르는 흰 구름만 하염없이 바라보네’ - 휴정 최여신,<두견새>
고향을 가고픈 나그네의 향수를 꽃과 두견새에 잘 그려내고 있다.
‘해마다 돋는 풀엔 가신 님 한이 서리고/ 꽃잎에는 두견새의 수심이 스며 있네. 강 기슭엔 오가는 사람 보이지 않는데/ 바람결에 빈 배만 흔들리누나.’ - 정지승, <상춘>
봄이면 골짜기마다 서럽게 피어나는 진달래의 붉은 꽃잎은 피를 토하며 우는 두견새의 한 맺힌 핏자국이라고 하는 전설을 배경으로 임을 그리는 애절한 심사를 진달래에 부치고 있다.
‘기러기 높이 뜬 곳의 서리달이 만리(萬里)로다.
네 네 쭉 찾으려고 이 밤의 나랏느냐
저 건너 노화총이(蘆花叢裏)에 홀로 안자 우더라.’ -안민영
달 밝은 가을밤에 서리발 마시면서 기러기 무리지어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멀리 하늘가로 날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럴 때 기러기와 갈대꽃(蘆花)을 짝을 이루면 슬픔과 그리움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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