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꽃으로 본 한국문화(53)

▲ 섬세한 미모, 수줍은 여인 ‘부용화’

문학작품에는 여인의 아름다움과 여인의 일생을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빌어 표현하였다. 시조, 가사, 고소설 등에 나타난 미인상을 보면 비슷한 유형의 미인을 표현하고 있다.
‘가을밤 밝은 달에 반만 피온 연(蓮)꽃인 듯/ 동풍세우(東風細雨)에 조는 해당화 인 듯/ 아마도 절대화용(絶代花容)은 너뿐인가 하노라’ -이정보
임의 아름다운 모습이 마치 가을의 밝은 달밤에 반 정도 피어있는 연꽃과 같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신비에 싸인 은은하고 고귀한 미인의 모습이라고 할까. 또 봄바람속의 가랑비에 젖어 조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해당화의 모습은 수심에 겨운 애련한 자색(紫色)으로서 모두 한국적 미인의 전형을 나타내고 있다.
‘부용화가 피었는데 새달이 어리는 듯/ 오색운(五色雲) 깊은 곳에 일선녀 내려온 듯/서시(西施)가 고쳐오며 태진(太眞)이 다시 난가’ -작가미상<사미인곡>중에서
위 가사는 미인을 중국의 서시(西施)나 양귀비(楊貴妃)에 비유하면서 부용화가 달빛에 어리는 듯 한 모습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야월삼경 돋은 달에 반쯤 비춘 홍도화라./ 삼월동풍 해당화가 비에 젖은 태도로다./ 만당추수 백부용이 가을비에 젖은 듯이……/ 향기로운 그 바탕은 가는 비가 방울져서 회심중에 아롱졌네.’
1918년 발행된 <조선미인도감>에는 당시 서울의 권번(券番)에 소속되어 있던 기생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기생 개개인의 미모를 꽃으로 묘사한 내용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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