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 ‘다문화가정’②…농촌의 다문화가정 실태

<필리핀에서 충남 홍성으로 시집 온 엔젤리네 씨.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그녀는 영농기반도 거의 없어
시어머니와 두 자녀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주여성들, 언어·문화적 차이 어려움 토로
다문화가정 자녀 잠재 농업인력 육성 필요

 

국제결혼의 급증으로 다문화가정이 많이 생겨나면서 2008년 기준 읍면지역에서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남성 가운데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남성의 비율이 41.1%나 된다. 농촌총각 10명 중 1명이 외국여성과 결혼하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다문화가정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증가에 따라 가족 구성원 간 문화적 차이와 2세 교육문제가 또 다른 농촌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어 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너무나 다른 문화적 차이
한국 농촌으로 결혼해 이민 온 외국여성들은 결혼생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으로 언어(의사) 소통 곤란(44.8%)을 꼽는다. 그 다음으로 문화적 차이(34.3%). 생활비 부족(8.8%), 외로움(5.0%) 등을 결혼생활의 고충으로 꼽는다.(2008.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반면 결혼이민자의 남편들은 문화적 차이를 가정 어려운 점으로 꼽는다. 식사예절, 인사법, 시부모와의 관계, 음식문화, 육아방식 등이 우리 전통방식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캄보디아 출신의 여성들은 통역자나 번역자도 찾기 어렵고 관련 사전도 구하기 쉽지 않아 언어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부색 다른 자녀 학교생활 고충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2009년 4월 현재 농어촌지역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는 1만860명에 달해 웬만한 농어촌지역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인 농촌가정의 ▲교육문제인 사교육비와 양육비에 대한 부담 ▲보육시설 부족 ▲예방접종 등 자녀 건강관리 미흡 등의 문제 외에도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가정은 가정 학습지도 곤란과 학교생활 부적응 등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문제는 영·유아기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점차 노출되기 시작한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한국어가 미숙한 외국인 어머니와 생활하다보니 언어 발달이 더디고, 기초학력이 부진하다.
또한 외관상 차이가 거의 없는 중국이나 조선족 자녀들과는 달리 동남아 지역에서 시집온 결혼이민여성들의 자녀들은 다른 피부색 때문에 학교에서 농림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안성으로 시집 온 한 중국여성은 “제가 아직 한국말을 잘 못해 남편이나 시부모와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요. 아이 교육도 걱정되고요. 그래서 2세는 제가 웬만큼 한국말을 잘 할 수 있을 때 가지려고 해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농촌 다문화가정 소득, 평균 이하
농촌 다문화가정 50% 이상이 연소득 2천만 원 미만이이고, 대부분 가구의 소득이 전국 농가 평균소득에도 훨씬 못 미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다. 다문화가정 3/4이상이 농지 소유면적이 2㏊ 이하이고, 평균 농지 소유면적도 1.6㏊에 불과하다.
필리핀에서 충남 홍성으로 시집 온 한 결혼이민여성은 “영농기반도 없어 남의 땅을 빌어 농사를 짓고 있는데, 그나마 남편이 교통사고 사망해 경제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싶어도 생각처럼 되지 않네요.”라고 토로한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정 지원정책은 결혼이민자들의 한국사회로의 적응과 통합에만 초점을 두고, 결혼이민자 당사자들과 2세들의 사회기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제기하는 문제와 요구에는 무관심한 채 한국인 가족들이 제기하는 요구에 대응하는 급급한 경향이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대식 연구위원은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통합시킬 대상이 아닌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상호공존해야 할 ‘다문화주의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혼이민자들이 고국에서 체득한 다양한 문화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다문화가정의 생활실태와 문제점, 정책 요구사항 등을 면밀하게 파악해 맞춤형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다문화가정의 결혼이민자 영농교육은 그들의 한국 적응단계별, 품목별로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과 상담을 실시해야 하며, 방과 후 특별교육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우리 농업·농촌의 중추역할을 담당할 ‘미래 잠재 농업인력’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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