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김 훈 동
수원예총 회장·시인
본지 칼럼니스트

 

피겨스케이팅의 여제(女帝) 김연아의 금메달 뒤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한 동작을 위해서 만 번을 연습했다고 한다. 넘어지고, 다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기 일에 몰입하는 사람만이 힘든 순간을 견뎌낼 수 있다. 힘든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사람만이 별처럼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들에게 보여줬다. 성공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감동을 주고 불끈 솟게 하는 에너지를 준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경칩도 지났다. 겨우내 묵혀두었던 땅 속 기운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따사로운 초봄의 햇살을 받아 여기저기 피기 시작하는 꽃망울은 그윽한 향기를 뿜어낸다. 봄과 함께 농촌의 일손도 바빠진다. 올해도 영농계획서대로 꼭 이루어져 성공한 농촌여성이 돼야 한다. 
하늘의 절반은 여성이 가리고 있다. 도시나 농촌이나 마찬가지다. 여성의 위치가 그만큼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자를 교육하면 한 사람을, 여자를 교육하면 한 가족 전체를 교육하는 것이다.’는 루비 마매칸이 한 말이다. 여성이 지혜롭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제 변화된 농촌사회에서 여성은 농촌과 농업의 버팀목이다.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은 황소 열 마리보다 우리를 끌어당기는 힘이 더 강하다.’는 격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여성의 권리확대는 모든 사회발전의 기본원칙이 되고 있다.
농촌사회 구성원이 변하고 있다. 농촌의 안주인격인 정통 농업인의 비중은 탈농(脫農)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자리는 귀농인이나 외국에서 이주해온 여성농업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촌사회 구성원이 한층 다양화되면서 이들이 농촌사회변화를 주도할 여지가 많아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농촌대책을 펼쳐가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어느 사회나 조직이건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은 실패한다. 농촌사회와 시대변화를 꿰뚫어 보는 눈과 귀를 가져야 한다. 변화의 이음매를 관찰하면 앞이 보인다. 우리 농촌·농업을 둘러싼 주위의 여건은 아직도 안개속이다. 여전히 감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입에 발린 상투어로 농업인을 위무하려는 정치권의 행태는 이제는 역겹기까지 하다. ‘농촌은 이 민족의 뿌리요, 농업인은 모든 산업의 기초다.’라는 말도 그렇다. 마치 농자천하지대본이 책갈피 속으로 들어가 있듯이 그러한 말로 농업인을 위로하기엔 믿음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스스로 해결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결집된 농촌여성의 힘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이유다.
농촌사회의 여건이 크게 변화된 것은 사실이다. 농촌여성을 위한 정책마련이 절실하다. 우리나라 여성정책이란 남녀평등의 촉진, 여성의 사회 참여 확대 및 복지 증진에 관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책을 말한다. 물론 이 가운데에는 농촌여성의 복지증진에 관한 정책도 포함돼 있다. 여성정책이 여성대상 정책만은 아니다. 여성정책의 대상은 여성, 남성 혹은 남녀 모두일 수도 있다. 실제 여성의 삶이 과거보다 나아진 점은 분명하다. 그것이 여성정책이 달성하고자 하는 ‘성평등 사회’라는 목표에 도달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흔쾌히 ‘그렇다’라고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인가는 별개 문제다. 분명한 것은 여성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이다. 농촌여성의 삶은 더더욱 그렇다. 호주제 폐지를 통해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는 사회 포용성이 증대되고 평등한 가족문화가 확산됐다. 남아(男兒)보다는 여아를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우리 농촌·농업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세력은 여성뿐이다. 올해에도 농촌여성의 눈높이에 맞춘 영농과 생활 자료를 필요한 시점에 제공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너무 어려워도 안 된다. 새로운 영농기술과 생활기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고 그러한 자료여야 한다. 딱딱한 학술논문을 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영농기술과 생활 자료는 시도조차 할 마음마저 잃게 한다. 하늘의 절반을 여성이 가리고 있다. 농촌여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효성 지닌 정책이 계속 추진돼야 한다. 그래서 올해도 김연아의 금메달 같은 ‘농촌여성의 감동적인 성공이야기’를 듣고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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