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사람 작가 김 홍

 

열등의 목걸이 풀어내야 행복
열정은 창의력이며 지혜이자 기쁨
배려는 모두에 행복과 기쁨 줘

봄의 입성을 알리는 입춘을 10여일 앞둔 지난달 27일.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으로 어둠이 일찍 내리고 겨울비가 조금은 세차게 도로를 적시던 저녁나절 수원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 밀리언셀러 작가 김홍신(63)이 연단에 섰다.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집 ‘인생사용 설명서’에 담긴 그의 인생살이 지침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예리한 재기가 엿보이는 눈매로 옆자리의 친구에게 얘기하듯 조용조용 강연을 시작한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 법’을 예리한 통찰력과 위트로 엮어갔다.

인생…  “휴대폰을 사면 사용설명서가 들어있는데, 사람들은 설명서를 자세히 읽지 않고 사용합니다. 대부분 남들이 하는 걸 보며 배워 쓰지요. 한번뿐인 인생 사람에게도 분명 몸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설명서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사용법대로 살지 못합니다. 인생살이가 아마도 휴대폰처럼 복잡하고 미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인생 지침서를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요? 수많은 현인들이 무수한 가르침으로 사람답게 사는 비법을 알려줬습니다. 현인의 지침대로 사는데는 특별히 돈이나 시간이 더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내 영혼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늘 좋은 생각을 하고 남을 배려하며, 세상에 보탬이 되고 행복에 겨워야 합니다. 인생사용법은 복잡하거나 지키기 어렵지 않습니다. 단 한번뿐인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생사용설명서를 만들어가며 살아야 합니다. 지금도 절대 늦지 않았습니다.”
그의 첫 메시지가 가슴에 예리하게 파고 들었다.

갈등…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명답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사람은 섭리와 다르게 나름대로 자신만의 고집스런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신만의 논리로 복잡하지 않은 세상을 복잡하게 보고 판단합니다. 모든 걸 복잡하게 보기 때문에 갈등을 느끼고, 파괴적으로 변하며, 비극적이게 되고… 결국 불행하게 살게 됩니다.”
“연극배우 박정자 씨는 6개월간 노인역을 하고 나면 배역이 끝나도 노인처럼 온몸이 아프고 허리가 굳어진다고 합니다. 손숙 씨는 6개월이 아니라 3개월만 해도 노인처럼 몸이 변한다고 합니다.”
“연애할 때나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을 때는 상대방이 커피를 쏟으면 얼른 손수건으로 닦아주며 ‘데지 않았어? 괜찮아?’라고 묻지만, 세월이 흘러 늙으면 ‘칠칠맞기는…’하며 면박을 줍니다. 나는 그대로인데 상대가 변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지요.”
그는 사람들의 마음 속 갈등상황을 정교하게 풀이했다.

행복…  이어 그는 행복을 정의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흔히 권력과 명예, 학력, 직업, 재산, 외모 등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위상 때문에 열등감에 쌓여 자신감을 잃고 갈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예를 들면 박사학위를 받은 일류대학의 인문계열 교수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게 열등감을 갖는다고 합니다. 일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어도 외국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의사나 사법고시 합격자들과 비교해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얼굴이나 몸매 등이 뛰어난 연예인들도 열등감을 많이 느낍니다. 연예인들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이 있기 때문이죠. 결국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을 갖고자 하는 허욕 때문에 스스로 열등감이라는 고통을 짊어지고 괴로워합니다. 이는 마치 개에게 목걸이를 매준 것과 같이 자신의 목에 열등감이라는 목걸이를 매고 학대하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맨 열등의 목걸이를 스스로 풀어내야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이 열등감은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열등감으로 끌려가는 사람이 되지 말고 열등감을 훌훌 털고 인생을 재미있게 끌고 가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늘 끌고 가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돈과 명예, 권력, 학력 등을 추구합니다. 이런 것들은 편리함과 여유로움을 줄 수 있지만 행복의 척도가 아닙니다. 부유한 재벌들이 적게 가진 자보다 절대 행복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재벌과 권력가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겠습니까? 결국 세상에 끌려 다니며 산다는 것은 바보짓입니다.”
그의 섬세하고 정교한 논리, 강력한 설득력으로 좌중의 이해를 도왔다. 듣는 이 모두가 긍정에 머리를 끄덕이며 웃음과 박수를 보냈다.

열정…  김홍신은 사람은 열정의 힘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열정’ 때문입니다. 인간의 열정은 세상을 바꾸는 놀라운 힘이 됩니다.”
“사람은 말보다 빠른 자동차를 탑니다. 그리고 고래보다 강한 힘으로 바다 속을 다닙니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열정으로 이뤄낸 것입니다. 열정은 곧 창의력이며 지혜이며, 기쁨이자 보람이고, 희망입니다. 열정의 놀라운 힘을 발휘해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그는 강당을 메운 청중에게 열정을 갖고 살기를 조리있게 설득했다.

희망…  그는 사람이 홀로 가지 않으려면 좌우와 앞뒤를 잘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부터 자세히 살펴보기를 조언했다. “인생을 잘 살려면 첫째, 지혜로운 스승과 선배를 만나야 하고, 어려울 때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어야 하며, 따뜻한 동반자를 만나 하고자 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야 합니다.”
그는 희망을 얘기했다.
“희망은 좌절, 실패, 슬픔, 불행, 고통 등 부정적인 것을 더욱 선명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희망은 인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기적이며, 희망을 놓치면 좌절에 빠져 우울증에 걸리고 맙니다.”
그는 일본의 사과 명산지인 아오모리에서 심한 태풍으로 사과가 떨어져 폐농에 이른 한 농민이 좌절하지 않고 기지와 희망을 갖고 일어선 감동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 농민은 참담한 상황에서도 실의에 빠지지 않고 마을 지도자와 함께 태풍을 견디고 나무에 달려있는 사과를 하나씩 포장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과포장 겉에 ‘대학입시생 여러분! 이 사과는 태풍에도 떨어지지 않고 견뎌낸 사과입니다. 이 사과가 합격사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썼습니다. 농민은 이 사과를 경매로 1개당 10만원의 고가로 팔아 실의와 좌절에 빠진 지역농가를 살려낸 것이지요. 희망은 분명히 기적을 낳습니다.”
그는 또 다른 사례도 소개했다.
“한 매장에 국내산과 북한산 견과류가 판매되고 있었는데, 북한산 매대에는 고객이 별로 없었습니다. 북한산 매대 주인은 좌절하지 않고 다음날 자신의 물건에 ‘북한산(통일이 되면 국산)’이라는 재치 있는 표찰을 붙였습니다. ‘통일이 되면 국산’이라는 문구가 걸린 후 그의 물건은 하루 만에 전량 판매됐다고 합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자만이 행복을 얻게 된다고 그는 단언했다.

배려… 강연이 끝날 무렵 그는 남을 섬기는 배려에 대해 말했다. “남에게 복을 줘야 덕을 보게 됩니다. 배려의 정으로 서로가 나누며 도우면 이웃과 세상이 행복해집니다. 사랑과 배품은 단순히 주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결코 주는 이가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주는 이와 받는 이가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받는 이와 주는 이가 있어 더욱 행복하며 기쁨을 얻는 것입니다.”
남에게 주는 베품의 배려가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2시간여의 강연은 음울한 날씨에 인생사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김홍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행복한 멘토였다. 


작가 김홍신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와 명예정치학 박사를 취득했다.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소설가로 데뷔했으며, 월간 새빛 편집장과 평민사 주간 등을 지냈고 민주당 홍보위원장과 대변인, 제15·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홍보위원장을 역임했다. 2005년부터 평화재단 이사를 맡고 있으며, 2006년부터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15대·16대 국회의원으로서 각종 언론과 단체로부터 의정활동 1등 국회의원에 다수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해방영장’, ‘인간시장’, ‘칼날위의 전쟁’ 등과 수필집 ‘하나님과 쬐그만 악마’, ‘인생을 맛있게 사는 지혜’, 컬럼집 ‘대통령 정신차리소’, 꽁트집 ‘도둑놈과 도둑님’, 시집 ‘한 잎의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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