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칼럼

박 영 일
농협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 부원장
본지 칼럼니스트

 

농심은 베품의 미덕 생명존중의 마음
농심은 농업인의 가장 소중한 경쟁력이다

농산물도 예외는 없는 듯 치열한 경쟁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철저한 시장논리에 따라 농산물가격이 매겨지고 있다. 그래서 농가는 규모화가 돼야 하고 철저한 경영마인드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농심(農心)’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간과한 것이다. 21세기는 감성과 체험, 그리고 스토리가 지배한다고 한다. 5천년 역사의 농경민족으로서 면면히 이어온 농심이라는 상품이 시대적으로 더욱 빛을 발휘할 때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라 자연스러움과 순수함이 그 값을 다르게 만든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를 살 때는 디자인·기능·가격 등의 객관적인 기준을 고려하지만, 배추를 구매할 때는 값싸고 보기 좋은 배추보다는 상처가 좀 있더라도 유기농으로 재배한 믿음직한 배추를 선호한다. 생산자가 표시된 배추라면 더욱 신뢰를 하게 된다. 거기에는 농심이란 브랜드의 가치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은 진심·베품
그럼 보이지 않는 ‘농심’의 실체는 무엇일까?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우선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진실한 마음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논리는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뼛 속 깊이 체화된 것이다. 노력한 만큼 거두는 땀의 정직함을 소중한 가치로 여기는 데에 있다. 둘째는 베푸는 마음이다. 떡 한 조각이라도 있으면 나누어 먹으려고 하고, 동네에 제삿집이 있는 날이면 푸짐한 음복음식으로 잔치를 벌이기도 한다.
또한 상거래에도 조금 더 얹어 주는 ‘덤의 문화’가 있다. 셋째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자연친화적인 삶으로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깊으며, 자연은 인간의 삶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고, 자연의 위대함에 더욱 겸손하고 소박한 정서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농심은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휴머니즘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생활주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제는 넓은 길 보다는 시골길이 인기가 좋다. 제주도에서 개발한 올레길은 관광명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지리산 둘레길도 주말마다 많은 도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자동차보다는 자전거 타기에 더욱 묘미를 느끼고 있다. 시골의 정서, 그야말로 농심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시대다. 산업문명이 발달할수록 농심 같은 휴머니즘이 진가를 발휘하는 것이다.  

농민의 고유DNA는 농심
이제 ‘농심’ 그 자체를 주요한 경쟁력 요소로 간주해야 한다.
농업인은 자연에 순응하여 사는 탓에 순결하고 푸근한 농심을 지닌다.
따라서 농업인들은 도시의 삭막한 공간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도시민에게 푸근한 농심으로 맞이하는 것을 큰 보람이라고 본다. 이 농심을 도시민에게 청정농산물을 내주는 일보다 더 앞장서 내주어야 한다.
아무리 편리한 디지털시대라도 인간적 정서가 교감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 ‘노동의 종말’에서 저자 제레미 리프킨도 인간적 삶의 행복추구는 농촌마을과 같은 전통사회에 흐르는 공동체적 생활방식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우리농촌의 고유한 DNA라고 할 수 있는 ‘농심’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가치를 높여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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