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좌담회-창업 귀농인들의 각오와 다짐

 

농촌진흥청 ‘창업농교육’ 수료자들과의 솔직 대화

 

귀농, 그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더구나 도시인으로서 중견 직장인으로서 또 주부로서 살다가 인생 제2막을 농촌에서 시작하는 이들에게 귀농은 도전이고 모험이다. 그렇지만 기꺼이 이 모험을 즐기며 보람과 희망을 찾고자 하는 당찬 귀농인들이 있다.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는 지난 5월 25일부터 8월 28일까지 3개월 12주에 걸쳐 도시민 28명을 대상으로 ‘창업농 교육’을 진행했다.
이들은 수료식 날 노란 종이비행기에 자신의 꿈과 소망을 적어 푸른 창공에 날려보내며 농촌에서의 성공을 다짐했다.
본지는 이들 가운데 다섯 명의 멤버를 초청, 좌담회를 갖고 이들이 꿈꾸는 농업과 농촌의 삶에 대해 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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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희 걸
(좌장·본지 발행인) 

“인생 2막을 농촌에서 보내겠다는 여러분의 용기와 신념에 경의를 표한다”

 

최 재 석
(55·육군전역예정/귀농지 태안)

“농촌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 35년간 농사를 짓겠다”

 

황 규 빈
(44·이젠케어스(주) 이사/귀농지 횡성)

“농촌에 꿈이 있다면 지금 가야 한다. 10년 후엔 늦는다”

 

윤 종 우
(40·프로그래머/귀농지 여주)

“이제 남은 열정을 농촌에 쏟고 싶다. 이번 교육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박 상 원
(38·홈페이지 제작/귀농지 경주)

“소비자에게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농산물을  생산하겠다”

 

송 을 섭
(36·대학교 사무직/귀농지 금산)

“임야는 ‘보물산’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고 본다”

 

송 용 섭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소장)

“‘트라이앵글·멘토링시스템’이라는 귀농교육 신모델을 정립했다고 자부한다 "

 

이 선 희
(농촌진흥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팀장)

“12주의 합숙 귀농교육은 교육생들의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도움이 됐다”


좌장 = 남은 인생의 무대를 농촌으로 정하고 농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여러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우선 왜 농촌을 택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최재석 = 금년 12월말로 군 생활을 마감한다. 실질적으로 군생활을 통해서 관련 업종에서 다시 노하우와 경력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봤는데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하고 2004년부터 준비를 해왔다. 
안정된 출발을 위해 귀농의 장소를 고향으로 정하고 농촌진흥청 교육과정을 통해 충분한  자신감을 얻었다.
제가 보기엔 앞으로 농촌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 군 생활을 34년 9개월 했는데 이보다 긴 35년간을 앞으로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결심했다.
윤종우 = 우선 귀농에 대해서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 자신이 소프트웨어 업무를 10여년 넘게 했는데 제 나이쯤 되면 그 분야에서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다. 첫 번째 직업에서 피크점이라 느꼈고, 여기서 다른 것을 해봐야 할 때가 됐는데 그 선택을 농촌으로 잡았다.
두 번째로는 스스로 이룩하는 무언가 사업을 하나 가지고 싶었다. 아버지가 조금 주신 땅과 집과 능력도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해온 일만큼 열정을 쏟아 부었을 때 성공을 할 수 있는 사업거리가 농촌에 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농촌진흥청 교육을 통해 확신을 굳히게 되었고 엄청난 용기를 얻게 됐다.
박상원 = 농촌에 신뢰할 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제가 그 역할을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기존 농민들이 미래 준비 없이 현실에 안주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농업은 식량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산업이고 저 스스로 능력은 미약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길을 만들어 보겠다’라는 생각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황규빈 = 지금 10년 정도 직장생활을 더 하다가 가야 되느냐 지금 시점이 맞느냐 고민을 많이 했다. 언젠가는 CEO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었다. 직장이 횡성이라 늘 보아온 농업부문에서 관심을 둘 수 있었다. 앞으로 10년 후에 진입을 하려고 한다면 더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지금이 귀농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귀농 교육을 받음으로써 막연한 귀농은 안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많은 참고를 얻었다. 5년 이내에 만주나 북한쪽까지 대비할 수 있는 나름대로 구상을 가지고 있다.
송을섭 = 1997년에 임야와 논을 상속 받았다. 당시 임업후계자가 됐고 교육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산에서 나오는 수익도 꽤 쏠쏠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10년을 그대로 방치했는데 만일 어느 정도 산림을 경영했더라면 수익이 괜찮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산림청 공무원들은 산을 ‘보물산’이라고 표현하며 산림 경영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유했다.

좌장 = 여러분께서 귀농을 하면서 나름대로 농촌생활에 거는 기대가 있을 것으로 본다.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 말씀해 달라.
박상원 = 마트 같은 곳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때 과연 친환경 농산물이나 무농약 농산물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이 100% 신뢰를 하는지 의문이다. 가끔 소비자들이 무농약으로 알고 샀는데 실제로 아니었다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한다면 저런식으로는 안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 현재 무농약 벼와 참깨를 짓고 있는데 무농약으로 되더라. 앞으로 공신력 있는 단체라든가 그 마크가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자신 있는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농업 환경을 만들고 싶다.
송을섭 = 지난 화요일날 공주에 황금약초농장을 견학했는데 주인이 헛개를 수확을 하고 있었다. 또한 꿀을 2.5kg에 60만원에 파는데 주인은 그것도 싸게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을 개발해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자연상태에서 약초와 약용수를 심고 수확하는 임간농업을 구상하고 있다.
황규빈 = 가장 안정적인 부분으로 한우를 생각하고 있다. 한우와 벼농사쪽에서 기본적인 부분을 구축하겠다. 얼마전 지인으로부터 캄보디아 땅을 일부 임대를 받을 수 있는 사례를 제안해 왔다. 지금 당장 할 것은 아니고 시골에 가서 안정적 정착을 이룬 뒤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좌장 = 이제 귀농을 하게 되면 실질적 사업에 매달려야 한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농장을 개설할 경우 도시민 농사체험 등 농외소득 향상 방안도 구상하고 있는지?
윤종우 = 아직 이뤄놓은 게 없어 지금 말하기는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축구가 토털사커로 유명했는데 이곳에서도 농업이 토털 애그리컬처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환영농과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농업을 구축할 생각이다. 도시민의 체험관광 유치는 농장주가 소비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정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사업이 번창할 수 있을 것이다.

좌장 = 농촌진흥청이 시대적 요구에 따라 창업농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또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안다. 송용섭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 소장으로부터 이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
송용섭 = 최근 미국 농무부 자료를 보면 베이비붐세대가 농촌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인구의 1/4인 8천3백만 명이 농촌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이는 여유와 휴양을 원하고 느린 삶을 추구하는 생태형 귀농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주역인 베이비붐세대도 농촌으로 향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일정한 자산도 있다. IMF 때는 생계형 귀농이었지만 지금은 생태형 귀농이라 볼 수 있다. 
이번 교육의 특징은 중 하나는 트라이앵글시스템이다. 우선 귀농·귀촌의 가장 애로인 농업기술에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농업 기초지식이 필요하다. 둘째는 창업농이 시도하고 싶은 작목에 대한 심층적인 전공기술 지도다. 세 번째는 창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귀농자가 직접 설계하는 과정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멘토링 시스템이다. 귀농인들이 지역에 있는 공무원이나 농가, 기술적으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기술전문가를 멘토로 지정해 협약을 맺고 올해말까지 운영해 귀농자들의 정착 노력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신감을 갖고 농촌에 정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과정은 농진청이 갖고 있는 강점인 일선의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농진청 산하 시험연구기관으로 네트워킹을 형성해 교육을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감 있는 교육이 진행됐다고 본다.
이선희 = 이번 교육생들은 귀농과 귀촌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모였다. 직접 이곳에서 숙식을 함께 하면서 동기애가 성숙되고 유대가 깊어졌다고 본다. 현장에 나가서도 서로 정보와 지식을 교류하고 용기와 격려를 줄 수 있는 네트워킹이 형성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본다.
최재석 = 대표적인 조직사회인 군생활을 오래 하면서 합숙 훈련이 주는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12주라는 긴 시간 동안 20대에서 60대까지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존중하는 생활속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우리에게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입교 때부터 인터넷에 ‘약초 114’라는 카페를 개설하면서 더욱더 유대가 깊어졌다고 본다. 창업과 관련해 법인 설립도 추진중이다. 합숙 교육은 우리 동기생들의 대단한 파워를 형성시켜 주었고 큰 용기를 심어준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고 생각된다.

좌장 =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각오와 다짐을 듣고 싶다.
황규빈 = 처음에 농업을 선택한 것이 어렵고 힘들게 느꼈지만 교육을 받고 현장을 자주 견학하면서 나의 선택이 잘 됐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동기들과의 관심과 격려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송을섭 = 바로 농촌에 가는 귀농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 매우 의미가 있었다. 앞으로 이번 교육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농촌 생활에 도전하겠다.
윤종우 = 교육 끝난 뒤에 팀장님에게 전문가 소개를 부탁드렸다. 앞으로도 이런식으로 팀장님을 더욱 괴롭혀 보겠다. 백년 천년을 이어갈 수 있는 농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박상원 = 유료 회원들을 모집해 정착에 기반을 잡도록 하겠다. 앞으로 경쟁력 있는 농촌을 만들어 가는데 힘을 쏟도록 하겠다.
최재석 = 이번 교육생들이 농진청 전국농업창업협의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서로 교류와 협력을 긴밀하게 유지하면서 성공의 길을 걷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농촌여성신문도 창업 귀농인들이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도록 좋은 정보와 지식을 전해주길 바란다.
좌장 = 귀하고 어려운 결심을 통해 새 시대 농업 농촌을 이끌어 나가실 여러분과 좋은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다. 우리 신문의 지면도 여러분에게 적극 개방해서 성공을 돕고 여러분의 의견과 여론을 정부와 관계 기관에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충실한 도구가 되도록 하겠다.

 

귀농·창업농 교육 신모델
트라이앵글·멘토링시스템은…

2009년 5월25일부터 8월28일까지 진행된 이번 교육은 농촌에서 농업창업을 꿈꾸는 도시민 총 28명이 수료했다. 연령층은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했고 직업도 다양했다.
교육은 ▲농업기초 ▲심층전공(약초) ▲창업설계의 3각체제(트라이앵글시스템)로 구성됐다.
총 447시간 교육중 견학 220시간(49.2%), 토론식 강의 52시간(11.6%)로 현장중심 교육이 강조됐다.
교육 수료자의 성공적 영농정착을 유도하기 위해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 귀농·귀촌을 지도해 줄 멘토(기술전문가 또는 정착 예정지 공무원)를 지정했다.
교육만족도 조사에서 5점 만점에 4.32로 평가됐고 교육생들은 농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임을 인식하게 됐으며 귀농·귀촌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
특히 창업설계서 작성과 발표를 통해 교육생들은 자신의 비전과 영농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성과를 얻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교육시스템을 창업농 교육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모델로 정립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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