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박사...건국대학교 원예학과 임열재 교수

 

원예학자로 반평생, 지역 농가들과 함께 한다

임열재 교수는 1968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했고, 1982년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9년부터 1984년까지 원예시험장 과수과 농업연구사 및 연구관을 지냈고, 1984년부터 현재까지 건국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원예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국대학교 충주캠퍼스 부총장을 역임했고, 한국원예학회 회장을 지냈다. 2004년부터는 충북사과 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장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 얼마 전 출간한 ‘과일의 신비’가 있고, ‘과수원예총론’ ‘가정과수가이드’ ‘명품사과를 위한 생생 키워드’ 등의 많은 공저가 있다.

과일의 모든 것 ...과일의 신비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힌 임 교수는 나이답지 않게 반짝이는 좋은 피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과를 평소에 많이 드시나 보다’라고 내심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제일 즐기는 과일이 바로 사과란다.
4년 전부터 임 교수는 충북사과특화작목산학연협력단 단장을 맡아 충북지역 사과 농가에 사과 재배기술에서부터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종합적인 컨설팅을 하는 일도 해오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로는 사과 산업을 홍보하는 포켓용 핸드북 2권을 비롯해 사과에 관한 책자를 총 6권을 만들어 과수 작목농가에 보급하고 지역 농가에 일대일 컨설팅을 하여 직접적인 도움을 주며 과일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웰빙과수’ 강의 농가에도 전하고 싶어
“‘웰빙과수’란 과목으로 원예학과 전공 강의를 4년간 맡아 왔는데, 강의 준비 자료가 제법 모였습니다. 학생들뿐 아니라 과수농가에도 이 내용을 함께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임 교수는 바로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웰빙과수’ 강의 내용을 농가에 보급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임 교수의 연구를 이어받을 후배들이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한 평생 동안의 연구결과를 정리하고 싶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과일이 얼마나 어디에 좋은지 바로 알고 먹으면 소비자들이 과일 소비를  더 촉진하리란 바램도 책을 내게 된 동기 중 하나란다.

과일도 무게를 달아 팔아야 한다
검붉은 빛을 띤 홍옥은 이 가을 하늘빛과 제일 잘 어울리는 사과 품종이다. 자그맣고 깨물면 새콤달콤한 홍옥을 요즘 시장에서는 찾아보기가 그닥 쉬운 일이 아닌데....
“시장 원리에 의해서 홍옥이 점점 사라지게 된 것이죠. 홍옥은 아무래도 알이 작고 저장성에서 뒤쳐지니까 슬금슬금 자취를 감추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과일 고르는 기준은  모양과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과일 크기와 맛은 전혀 별개입니다. 사과의 경우 15kg 상자에 60~69 개들이 상자가 가장 먹기 좋고 구입가도 저렴해 실속있지요.”
보통 5kg에 14과 내외의 상자를 특상품으로 치는데 사과 한 개 무게가 400g이상 되게 과수 농가에서 사과를 키우려면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들어 농가나 소비자나 서로 이득 볼게 없다고 귀띔한다.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과일을 저울에 달아서 사고 팔수 있게 판매제도가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면 크기만 따지는 선호도도 바뀔 수 있습니다. 사과의 품질이 크기와 비교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일본의 ‘기적의 사과’,우리도 가능할까?
무농약 사과재배에 성공한 일본 농부 기무라 아키노리의 이야기가 일본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대자연의 생명력을 굳게 믿고 우직하게 10년 동안 상식과 불가능을 뛰어 넘어 드디어 ‘썩지 않는 사과’ 의 무농약 재배에 성공하기까지의 성공담인데 우리나라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글쎄요....비가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기후 여건상 어려운 일인 듯 싶습니다. 무농약 과수재배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농약을 써도 인체에 해가 없게 하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우리나라 사과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일본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임교수는 일본 농민들의 부지런하고 깔끔함이 부러웠다고 한다. 재배농가, 과수원, 시장에 진열된 상품들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울 점이 아직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그러나 초밀식 재배기술에서 만큼은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서고 있어서 부지런히 더 연구에 매진하면 다른 분야에서도 기대되는 바가 크다고 한다.

통째로 껍질 채 먹는 게 좋다
사과를 옷에 쓱쓱  문질러서 윤기 나게 닦아 아삭 깨물어 먹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먹기 좋게 8등분해서 보기 좋게 깍아 먹는 게 보통의 가정에서 사과  먹는 법. 그러나 사과 박사 임 교수의 사과 먹는 법은 좀 다르다.
“물론 사과에 칼을 대지 않고 통째로 먹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 여건상 그것이 힘들면 껍질 채 잘라 자른 사과를 그 자리에서 다 먹는 게 좋습니다. 자르면 그 순간부터 비타민C가 파괴가 시작되니까요. 냉장고 등에 보관했다가 먹는 사과엔 비타민C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언제부턴가 씻지 않고 먹어도 된다는 안심사과가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다. 하지만 임 교수는 우리나라 사과는 ‘안심사과’ 상표로 나오는 것 외에 모든 사과가 전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심사과니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한다.

귀농은 50세 전후가  바람직
임 교수 부부는 농대 청년과 피아노 전공의 여학생으로 만나 35년간 서로 양보하고 지켜주며 가정을 가꿔왔단다.
돼지고기 듬성듬성 썰어 넣고 푹 끓인 김치찌개를 좋아하던 농대 청년은 깔끔한 부인과 절충하며 맞춰가며 살다보니 이제 클래식의 선율이 흐르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먹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정년을 준비하는 노교수가 되었다. 요즘 임 교수는 그동안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면 해야 할 일들을 적어보며 미리 준비하는 과정 중에 있다. 하지만 직접 연구실을 떠나 몸으로 부닥뜨리며 농사지어 볼 엄두는 차마 내지 못하고 있다고.
“농사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을 도와드리고픈 마음에 과수에 대한 연구를 더 열심히 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 직접 농사 짓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지요. 글쎄 나이가 좀 더 젊었을 때 농사일을 했더라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지만...아마 10년만 젊었어도 도전해 보았을텐데...”
그래도 학자로서 농촌과 농가에 작게나마 도움 되는 원예연구를 꾸준히 해왔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임 교수는 충주에 사과가 빨갛게 익으면 학교 앞마당에서 지역농가들과 함께 사과 직판 판매를 해볼 요량이다.

 

과일박사가 알려주는 과일에 대한 진실

과일을 먹으면 살찐다?
쥐 실험 결과 동일한 칼로리에서 지방을 섭취한 쥐는 체내 지방이 늘었지만 당분을 먹은 쥐는 살이 찌지 않았다. 살이 찌지 않기 위해선 식후 포만감도 중요한데 단맛의 과일을 식전에 먹으면 과식을 피하게 돼 체중 감소에 오히려 효과적이다.
사과는 아침는 금, 저녁엔 독이라는데?
저녁에 섬유소가 많은 식품을 먹으면 장에 부담되고, 사과산이 위의 산도를 높여 안좋다는 이론에 근거하는 말이다. 하지만 사과산의 산도는 위에서 나오는 위액산보다 훨씬 낮기에 저녁사과는 독이라 하는 것은 지나치다. 과일을 저녁에 먹을 수 밖에 없는 경우라면 저녁에라도 먹는 게 좋다.
말린 과일도 신선 과일만큼 건강에 좋은가?
대량으로 과일을 건조하는 과정이 영양적으로 좋지 않다. 건조 과정 중에 베타카로틴, 비타민C등이 없어진다. 말린 과일은 생과일에 비해 영양의 손실이 크고 열량은 높아져 건강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주스는 생과일과 똑같이 건강에 도움 되나?
생과일을 착즙해 주스를 만들 때 식이섬유와 수용성비타민류가 많이 사라져 혈당지수가 증가하므로 무조건 생과일 먹는 것을 권하고 싶다. 게다가 판매되는 상당수의 과일주스는 가당을 하고 적은 비율의 주스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과일 고르기 방법
사과…먼저 과일을 손끝으로 가볍게 튕겨 보아야한다. 약간 금속성에 가까운 소리가 나는 것을 고른다. 배꼽 부분에 녹색이 남았으면 덜 익은 것이며, 푸른 사과에서도 녹색이 강할수록 덜 익은 것이다.
배…동양배는 껍질에 생기가 있고 단단하며 묵직하게 무거운 것을 고른다. 만져봐서 스폰지 같은 느낌이 있다면 오래 되었다는 증거. 서양배 역시 상처가 없고 아래 부분에 탄력이 있는 게 좋다.
복숭아…과일 중 맛있는 복숭아 고르기가 가장 어렵다. 과일 모양이 가로가 세로보다 넓어 모양이 펑퍼짐하면 맛이 없다. 형태가 일그러졌거나 아래 부분이 녹색을 띄고 있어도 덜 익은 것이며 솜털이 가지런히 보이면 신선하다는 증거이다.
포도…꼭지가 녹색이고, 송이 모양이 제대로 잡혀 있어 들어올려도 포도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신선한 것이다. 껍질에 하얀 가루가 있고 포도알에 탄력성이 있으며, 알이 가지런한 송이를 선택한다.
감…꼭지의 녹색이 선명하고 꼭지와 과일 사이에 틈이 없고 중량감이 있는 과실이 좋은 것이다. 껍질에 윤기가 있고 붉은색이 짙고, 모양이 일정한 것을 고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