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이 사람 - 농협대학 권은오 교수의 오카리나 예찬

<벽제농협의 한 농협인 퇴임식에서 동호회원들과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는 권은오 교수.(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교수·직원들로 동호회 조직…행사서 솜씨 뽐내
벽제농협 이사 퇴임식서 오카리나·섹소폰 연주

 

경기도 고양시 원당에 위치한 농협대학에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피리 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는 대학생기숙사 소강당에서 흘러나오는 오카리나의 아름다운 음악 선율. 농협대학 교수 및 직원들로 구성된 오카리나 동호회의 연습시간이다. 농협대 오카리나 동호회는 지난해 9월 농림수산식품부의 권은오 국장이 농협대학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되면서 결성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숲속 교정에 오카리나 선율이…
조경이 좋기로 소문난 농협대학에서 아름다운 음색의 오카리나 선율을 통해 교수들과 직원 이 화합하고, 학생들이 이 선율을 들으면 학업 정진과 정신 함양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권 교수는 오카리나 동호회를 결성했다. 2006년 그는 광릉 숲에 있는 국립수목원의 원장으로 근무할 때에도 GHOST(Great Harmony of Sound Team)라는 오카리나 연주 팀을 조직한 적이 있었다.
대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들에게 악보 보는 법은 고사하고 악기 자체가 생소했지만 열정으로 뭉친 동호회는 매주 이틀씩 연습하며 실력을 키워 학생들을 상대한 데뷔 무대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농협대학 졸업생 사은회 및 재학생 음악 동아리 발표회에 초청을 받아 ‘에델바이스’, ‘바위섬’,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 등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동호회 회원에도 변화도 있어 1기 회원들 중 전근을 간 빈자리를 2기 회원들이 메웠다.
회원들이 오카리나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는 서로 다르지만 배움의 열정만은 똑같이 뜨겁다.

가볍고, 배우기 쉽고, 저렴해 인기
“오카리나는 첫째, 악기의 음색이 매우 아름다워요. 흙으로 빚어서 구웠으니 자연의 소리가 나지요. 대나무 피리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것과 같지요. 천상의 소리라고도 불리어집니다. 휴대가 간편하고 값이 쌉니다. 또한 소리내기 쉽고 운지법이 간단해 배우기 쉬워요. 그만큼 대중성이 있다는 얘기죠.”
권 교수는 오카리나 이처럼 예찬한다.
오카리나를 하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해 달라는 부탁에 권 교수는 음악과는 다른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준다.
“2005년도 중앙공무원 최고정책과정 중의 일입니다. 커리큘럼의 일환으로 지중해 인접국인 이집트·그리스·터키·스페인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공항 검색대에서 갑자기 저를 세우더니 다짜고짜 보안요원이 와서 조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니까 휴대가방에 권총이 들어있다나요.” 가방을 여니 거기에는 오카리나가 들어있었다.
“오카리나 모습이 그러고 보니 정말 권총같이 생겼어요. 악기라 그러고 소리를 내어보니 보안요원이 안심을 하고 오케이 사인을 주더라고요. 큰일 날 뻔 했어요.”

스승이 제자의 퇴임식서 축하연주
농협대학 오카리나 동호회는 지난 8월31일에도 빛을 발했다. 이날은 고양 벽제농협에서 30여 년간 근무를 하고 은퇴를 하는 이승엽 이사의 퇴임식이 있었다. 농협에서 근무하면서 농협대학 동문회장, 고양시JC 및 라이온스 회장 등을 역임하며 대학과 지역발전에 평생을 바친 농협인이다. 특히 이 이사는 농협대학 후배와 대학 발전을 위해 거액의 사비를 발전기금으로 쾌척하기도 했다. 이날 퇴임식에 농협대학 오카리나 동호회가 함께 했다.
농협의 한 선배의 퇴임 축하와 애틋한 정을 기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잊으려 해도’, ‘철새는 날아가고’, ‘첨밀밀’ 등의 곡을 연주했다. 특히 권 교수는 이날 오카리나 외에도 색소폰을 연주해 퇴임식장에 잔잔한 감동의 주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퇴임하는 이 이사가 현재 농협대학 심화과정 2학년(4년제 정규 대학으로 치면 학년인 셈)에 재학 중이란 점이다. 올해 1학기에 권 교수로부터 농업정책학 강의를 수강했으니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된다. 일반적으로 스승의 퇴임식에 제자들이 축하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정반대이다. 스승이 제자의 퇴임식을 축하하는 자리였던 것이다.
“자연에 기반을 둔 악기는 소리가 가식이 없이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요. 해금이나 거문고, 가야금은 나무와 명주실로, 피리나 단소, 대금 등은 대나무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오카리나는 흙을 빚어 구운 자연의 악기입니다. 우리의 정서와 맞고 우리 산하와 더할 나위 없이 하모니를 이루는 자연의 소리를 널리 알리고 들려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주를 하고 요양원등 불우시설도 방문해 연주를 들러줄 계획입니다.”
열정과 음악을 사랑하는 농협대학 오카리나 동호회를 통해 고양 원당 숲에 아름다운 음악 선율이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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