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호 박사의 날씨이야기-22

엘니뇨의 역사를 보면, 제4기(약 20만 년 전)에도 강력한 엘니뇨가 있었다는 증거가 있고, 엘니뇨로 인한 남미 잉카시대의 홍수 등에 관한 증거도 있다고 한다.
역사상 주요 엘니뇨현상을 보면 1790-93, 1828, 1876-78, 1891, 1925-26, 1982-83, 1986-87 등이 주목할 만하고, 지구온난화가 두드러진 이후에는 1991-92, 1993, 1994, 1997-98, 2002-03, 2004-05, 2006-07 그리고 올해(2009-10)로 거의 매년 엘니뇨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3년 또는 8년 주기설이 무색하다. 따라서 잦은 엘니뇨현상은 온난화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1982-83 엘니뇨 때, 태평양 연안 국가의 기상이변이 엘니뇨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미국의회의 청문회가 있은 다음, 처음으로 엘니뇨가 관련 학계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기할만한 것은, 1998년 엘니뇨 때는 바닷물 온도가 평년보다 1.5℃나 높았는데, 전 세계 산호의 16%가 죽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리고 엘니뇨가 있는 해에는 9월에서 11월까지 한국과 일본에 영향을 끼치는 태풍이 특별히 줄어든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98 엘니뇨 때, 과거 엘니뇨가 우리나라 농사날씨에 끼친 영향을 조사해본 바 있는데, 일관된 영향은 아니었지만, 홍수, 가뭄, 춥지 않은 겨울 등이 나타났다. 그래서인지, 올해의 엘니뇨는 우리나라 장맛비의 강도를 바꿔 놓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 지구를 통하여 엘니뇨가 날씨에 끼치는 영향을 여름과 겨울로 나누어 살펴보면, 여름(6월-8월)에는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대륙의 동부는 가뭄이 오고, 적도 중태평양에는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돼 있다.

겨울(12월-이듬해 2월)에는 우리나라, 인도, 동남아시아, 알래스카와 캐나다의 태평양 연안, 호주 동남부 등지는 춥지 않거나 덥다. 그리고 강우대가 이동하여 비가 많이 오는 곳으로는 중태평양,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와 멕시코 일부, 그리고 페루와 에콰도르로 돼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과 인도양 연안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고 대서양과 유럽, 아프리카에도 영향을 준다.
엘니뇨는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진 동태평양에서 일어나는 기상현상이지만, 나비효과 이상으로 날씨에 가시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기상은 대기보다 해양의 영향을 더 크게 그리고 더 오래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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