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전통음식연구가 권소숙 부산시생활개선회장

 

학생, 주부 대상 전통음식 전수에 심혈 기울여
‘손맛’ 표준화로 한식 세계화 앞장설 터

 

“제철에 나는 우리 음식이 우리 몸을 살릴 수 있어요. 과거의 맛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대인들이 먹기 쉽게 입맛을 맞추는 것도 필요합니다.”
도시주부 100여명을 대상으로 장아찌 담그는 법을 강의하며, 전통음식의 중요성과 관심을 고조시키는 권소숙 부산시생활개선회장(51). 권 회장은 부산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우리 전통 식문화의 우수성과 기능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전통음식연구가이자 인기만점의 열혈 강사다. 매번 그녀의 강좌가 열릴 때마다 수강하려는 수강생들로 강의실이 빼곡히 채워지며, 인근 농산물시장에서는 그날 강의재료로 사용한 농산물이 불티나게 팔린다.

 

 

‘장’이 좋아 시작한 전통음식연구가
웰빙 열풍과 함께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현대인들에게 전통 먹을거리를 즐겨 먹을 수 있도록 식생활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권소숙 회장.
그녀는 “먹을거리의 중요성이 높아져 슬로푸드인 우리 전통 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고추장이나 된장으로 만들어 어릴 때부터 전통 발효식품의 맛을 친숙하게 접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문을 꺼낸다.
권 회장이 강사의 길로 입문하기 시작한 때는 2005년. 부산시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북구 만덕동에 문을 연 전통음식 상설 체험장의 대표를 맡기 시작하면서 발효음식인 된장, 막장, 청국장, 장아찌 만드는 법을 일반인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1989년부터 된장을 담고, 고추장을 만드는 등 우리 전통음식을 보급했는데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그런 일을 왜 하느냐는 사람이 많았어요. 최근에는 저에게 장 만드는 법을 배워 사업하겠다는 사람도 생길 정도로 인기강사가 됐죠.”
권 회장은 고향인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농사를 크게 짓던 부모 밑에서 자라다 보니 김장을 하고 된장을 담는 일이 익숙했다. 결혼하기 전인 1983년까지 농협에서 일하면서 농촌과 관련된 일을 했고, 우리 농업을 시대에 맞게 배워야한다는 생각으로 방송통신대 농학과를 1980년과 2000년 두 번 졸업했다.
그녀의 하루는 강의준비와 새로운 메뉴 개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아찌만 해도 마늘, 오이 등 즐겨 먹는 재료뿐 아니라 토마토, 브로콜리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식재료 로도 시도해 본다.(▶8면기사 계속)
떡으로 만든 샌드위치, 된장소스 주먹밥 등 어린이 입맛에 맞춘 음식도 실습을 통해 만들었다. 

 


 
전통음식강좌, 신청자 몰려

“얼마 전 도시소비자를 대상으로 ‘부산지역 농특산물을 이용한 장아찌 만들기’ 요리강좌를 실시했는데 100여 명이 참가해 우리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강좌개설 전부터 신청자가 몰려 선착순으로 접수받는 등 전통 발효 음식인 장아찌 담그는 비법을 알고 싶어 하는 분들이 너무 많더군요.”
권 회장은 비만 인구가 늘고 성인병 발병률이 증가하면서 김치, 장아찌 같은 우리 전통 발효음식이 대안 식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장아찌는 담그는 방법과 재료에 따라 맛 차이가 있지만 새콤한 맛, 짠맛, 단맛, 매운맛이 발효되면서 독특한 맛을 내는 음식이죠. 장아찌 하면 흔히 마늘 매실 오이를 떠올리지만 지역마다 특산물을 재료로 만드는 데다 간장 외에도 고추장, 된장 등 장에 따라서도 다양해 종류만 200여 종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버섯류, 잎채소, 채소 줄기, 산나물 등을 재료로 초절임을 하는 장아찌도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장아찌뿐만 아니라 장 담그기, 향토요리 등 다양한 전통음식 전수를 위해 세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강의를 하는 권 회장. 그녀는 올해 자신의 사업장에서 농심을 느끼며, 전통음식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사업장을 리모델링 했다. 사업장 주변에 담장을 쌓고, 그 옆에 보리며 밀을 심어 아름다운 농촌경관을 조성해 점점 잊혀져가는 추억의 농촌, 고향을 되새기게 했다.

경쟁력 있는 우리 ‘전통음식’
“예전엔 된장 만드는 일이 특별한 재주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서 강연 요청이 들어와 바빠요.”
권 회장은 전통음식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지 않는 음식 분야라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더불어 최근 이슈가 되는 한식의 세계화가 바람직하지만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기 위해서는 우리 음식의 조리법이 표준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통음식은 집집마다 조리법이 다르고 손맛을 강조하다 보니 표준화가 잘 안돼요. 약간, 적당량 등 애매한 표현도 요리지도를 어렵게 하죠.”
권 회장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계량 단위와 조리시간 등을 국제공용기준 단위로 표준화한 요리법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또한, 2007년부터 회장을 맡은 부산시생활개선회와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 총무 활동을 통해 대외적으로 전통음식 활성화에 앞장서며, 도시민들에게 우리 전통음식을 즐겨 먹을 수 있도록 식생활을 개선하는데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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