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도종환시인

 

대화하고 협력하는
여성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꿈꾼다

 

지난 6월 26일 용인여성회관 큰어울 마당에서 용인여성회관이 주최하고 한국평생교육원에서 주관한 특강이 있었다. 도종환 시인은 ‘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란 주제의 따뜻함이 묻어나는 강연으로 어떻게 살면 우리가 더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지를 시를 통해 알려주었다. 시인의 삶의 지혜가 드러나는 그날의 강연과 강연 후 인터뷰 내용이다.

시인의 웃는 모습이 참 편안해 보여서 좋았다. 도종환 시인은 결혼 2년만에 아내를 잃고 그 절절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시 '접시꽃 당신'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과 복직의 고난의 시간을 보냈던 시인이기도 하다. 애뜻한 순애보의 주인공이면서, 또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감옥행도 주저함이 없던 시인이기에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이란 평을 받고 있다. 
몇 해전 건강이 좋지 않아서 그토록 원했던 복직된 학교를 떠나 공기 좋고 물 좋은 보은의 산골짜기에 글방을 마련했다는 얘기도 얼핏 들렸으나 용인에서 만난 시인의 낯빛은 걱정했던 것과 달리 너무 맑고 편안해 보였다.

우리는 어떻게 살면 좋을까
“6월의 뜰엔 석류꽃이 남아 있기도 하고,  배롱나무 꽃이 피기도 하지요. 배롱나무는 하나의 꽃이 백일간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었다가 지면 옆의 가지에서 또 꽃이 피고 또 피어서 백일 동안 피는 꽃입니다. 배롱나무를 보면서 내부에서 거듭나고 거듭나면 아름다움이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것과 같이, 사람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계속 아름다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피고 또 피며 백일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를 빗대어 지속적인 노력의 자기 성찰을 말했다. 
시인은  퍽이나 ‘꽃을 좋아하는 남자’다. 그의 시 제목만 슬쩍 들여다만 봐도 ‘목련나무, 시든 국화, 개나리꽃, 꽃다지’등 자연의 섬세함, 그중에서도 꽃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시가 얼마나 많은지...꽃의 아름다움 뿐아니라 꽃으로 부터 느끼고 배우는 교훈까지도 우리에게 시를 통해서 전해준다.
“요즘 계절에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모스처럼 생긴 노란꽃이 금계국입니다. 처음 그 꽃을 보았을 때 무슨 꽃인지 몰라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작은 모습으로 흔들리는, 꽃의 무게 만큼 흔들리는 꽃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 그래, 흔들리지 않는 꽃은 없는 거지, 꽃의 무게만큼 흔들리는구나...’그렇게‘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란 시를 썼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평범한 자연의 모습이 시인의 여린 감수성에 의해 한편의 시로 탄생하는 창작의 과정이 아주 작은 관심에서 시작함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고통과 시련, 아픔이 있는  굴곡이 있는 삶이야 말로 진정 흔들리는 꽃처럼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얘기했다. 오히려 인생에 고비가 없는 햇빛만 비치는 달콤하기만 한 인생이라면  경계심을 가지라고 충고한다. 인생의 영광 뒤에는 실패와 좌절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과정이 없는 삶이라면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올 시련을 극복할 튼튼한 정신을 가꾸라고 일깨워 준다.
“화려한 꽃을 피우는데 연연하지 않는 꽃나무들이 알찬 열매를 맺는 것을 보며 새삼 자연의 지혜를 배웁니다. 산과 물, 자연은 삶의 지혜를 가득 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도심 한 복판 보다는 숲과 꽃, 하늘과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사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목이 마르고, 지치고 늘 불안하고 쫓기는 도심에서 벗어나  바람을 느끼고,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곳에서 살면 더 좋을 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제일 좋은 스승은 바로 자연이라고  도종환 시인은 시를 통해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연을 더 가까이 더 많이 느끼고 즐기는 삶의 기쁨이 얼마나 큰가를 많은 사람이 함께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개망초 흐드러지게 핀 초여름을 느끼며 감탄해 보고  삶이 아름다운 이유를 자연에 찾아보라고 귀띔한다.

우리의 미래는 어떠해야 하나
어느날, 한옥의 추녀를 보면서 ‘부드러운 직선’이란 말을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부드러운 직선이란 문법적으로는 모순된 말입니다  추녀 뿐 아니라 사람의 인격도 매순간 자신의 원칙을 굳게 지키며, 전체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하고 원만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가진 사람을 ‘부드러운 직선’이라  새롭게 표현해 보았습니다.”
외유내강이란 말로 표현했던 부드러운 직선이란 남성보다는 여성에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여성적 가치는 사랑의 힘을 가졌다고 시인은 말한다. 대화하고,협력하고, 소통하며 다양성을 인정하는것은 아이를 낳고 키워 본 여성들이 추구하는 화합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주도권을 가져서 여성적 가치,  따뜻한 인간미, 타협, 포용, 인내,유연성이 사회 곳곳에 펼쳐질 때 우리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수 있다고 여성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를 꿈꾼다며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담  쟁  이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았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을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은 넘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벽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좌절과 절망도 해보고 포기하고 원망도 합니다. 저 역시 직장에서 쫓겨나 막막하기만 하던 어느날, 벽의 담쟁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천지에 비옥한 땅도 많은데 물 한방울 없는 벽에 살게 된 담쟁이를 보며 도종환 시인은 교훈을 얻고 희망을 찾았다고 했다. 자신의 힘든 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며 포기하지 않는 담쟁이에게서 고통을 다스리는 끈기를 배웠고 ,인내를 발견해 용기를 얻을수 있었다고 했다.
“내가 나에게 다정히 대해줘야 합니다.내 처지를 비관하거나 절망스러워하지 않아야 합니다.  청년들에게도 전 항상 얘기합니다. 혹시 컴플렉스가 있으면 내려 놓으라고.. 나도  쌀이 떨어지는 가난한 환경에서 국비 장학금으로 지방대학을 나왔지만 한번도 창피해 한적이 없노라고”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울것인가
도종환 시인은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대해서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이란 다이아나 루먼스의 시를 통해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게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 잡으려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 하리라
…중략

“아이를 인정하며 키워야합니다. 부모에게 인정 받은 아이는 자신감을 갖게 되고 그 자신감으로 자존심을 지켜서 스스로 살 집을 마련하도록 해야합니다”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인정하는데 인색한 우리네 부모들에게 도종환 시인은  현장에서 가르친 교육자로서 이렇게 짚어주었다.
“우리는 아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 가에만 관심이 많지만,  그보다는 아이가 관심 갖는 법을 알고 있는가를 살피는게 올바른 부모의 역할입니다.”
우리의 현재 교육은  아이들이 얼마나 똑똑한가만을 평가 하지만 진정 행복한 아이들 미래를 위해선 사랑이 넘치는 정서적으로 똑똑한 아이로 키워야 한다고 충고한다.
우리의 미래는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며 ,뭔가 생각하고,배우며 늘 깨어 있어  늘 신선한 삶이었으면 한다는게 시인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삶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인은 한창 바쁜 농사철에 쉴틈 없이 바쁜 우리 농촌의 여성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로 삶의 지혜를 전해 주었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습니다. 어렵고 힘들수록 나만 왜 이렇게 힘들게 고생하나 생각하지 말고 밋밋한 인생보다 고개를 넘고 넘는 내 인생이 험한 산처럼 아름다운 인생임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도종환 시인은…
1954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고, 충북대학교 국어교육학과를 나왔으며 충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를 받았다. 2006년 한국 문화예술위원회 문학부문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고 현재 한국 작가회의 사무총장이다. 시집으로 접시꽃 당신, 당신은 누구십니까, 부드러운 직선, 해인으로 가는 길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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