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지자체가 영농단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본금이 없는 

청년농들이 임대농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 

농업을 고소득·첨단산업으로 

바꾸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줄어드는 농촌인구와 

기후변화 대응의 유일한 길은 

스마트농업뿐이다. 

거부할 수 없는 방향이라면

남보다 한 발 먼저 

그 방향에 맞춰야 한다.

성제훈 경기도농업기술원장

사과 한 개에 5천원이 넘자 여기저기서 물가를 걱정하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눈길을 끄는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 때문에 냉해를 입고 기후변화 때문에 우박피해를 당하는데 나약한 인간이 무슨 재주로 그걸 막을 것인가. 그래서 뾰쪽한 수가 잘 안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한다. 정부에서도 장기적인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후변화에 이어 농촌 노동력 부족과 고령화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농촌에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과 안정적인 소득 보장을 위해 정부에서는 스마트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남 고흥 등 4개 지역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만들어 청년농을 교육하고, 장비를 실증하며, 임대팜까지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정부와 지자체 스마트농업 정책 간 유기적인 연계로 품목과 지역별 특성에 맞는 스마트농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스마트팜과 스마트농산업체의 성장단계별 육성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근거도 만들었다. 이 법에 근거해서 스마트농업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표준화도 추진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돌아가고 싶은 풍요로운 농촌’을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정부의 이런 노력으로 스마트농업 보급실적이 늘고 있다. 시설원예의 경우 2018년 110.1㏊에서 2022년 582.9㏊로 5년 사이에 430% 늘었고, 노지과수 스마트농업은 2018년 9.9㏊에서 2022년 101.3㏊로 923% 증가했다.

올해 예산을 보면 정부의 방향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4개 스마트팜 혁신밸리 교육생을 대상으로 하는 임대형 스마트팜 예산은 조금 줄었으나, 비축농지 임대형 스마트팜 예산은 4500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33.3% 늘었다. 과수 스마트팜 확산을 위한 과수생산유통지원 예산도 240억원에서 280억원으로 16.7% 늘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소수 집중 투자에서 다수 분배 투자로, 시설 스마트팜에서 노지 스마트농업으로 확장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의 이런 정책 방향에 맞춰 지자체와 농업인의 대응도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은퇴농의 농지를 구입하거나 장기 임대해서 청년농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지역특화임대형스마트팜 사업을 지원하고, 청년농은 그런 지원 아래서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한 첨단 농업기술을 구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가 영농단지를 만들고 그 안에서 자본금이 없는 청년농들이 임대농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해줘야 한다. 그래야 농업을 고소득·첨단산업으로 바꾸는 기술혁신과 디지털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고령화와 디지털 서비스의 지역차별에 따른 디지털격차 해소는 농업인 스스로 나서야 한다. 스마트농업은 토양, 기후, 병해충 등 생산 환경과 작물의 생육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서 분석하고 농작업을 자동화, 로봇화해서 정밀농업을 구현하는 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농업생산시스템만을 이르는 게 아니다.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스마트농업은 농업의 생산성·품질 향상과 경영비·노동비 절감 등을 위해 농업 분야에 정보통신기술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업을 말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실의 환기팬을 작동하는 것도 스마트농업이지만, 내일 과수원에 서리가 내릴 것 같으니 방상팬을 돌리라는 농업기술센터의 문자를 받는 것도 스마트농업이다. 

줄어드는 농촌인구와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은 스마트농업뿐이다. 거부할 수 없는 방향이라면, 남보다 한 발 먼저 그 방향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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