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는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잡겠다며 빵·우유·스낵과자·커피·라면·아이스크림·설탕·식용유·밀가루 등 9개 제품별 담당자를 배정했다. 15년 전 이명박 정부 때 써먹은 ‘물가안정 책임제’를 벤치마킹한 것.

실패한 정책을 재탕했다는 비판에 국제 원재룟값 급등으로 오른 물가를 대통령도 아닌 4·5급 공무원 보고 책임지라는 건 전시행정의 전형으로 도마에 올랐다.

A품목의 농식품부 공무원은 기업에 가격인상을 최대한 늦춰달라는 읍소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하소연했다. 농식품부가 기재부의 압박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추진한 물가잡기는 결국 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번엔 선거를 앞두고 농식품부가 물가의 고삐를 죄기 위해 사과 수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농식품부는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에서 ‘특단의 대책’을 언급하자 과수농가의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었음에도 메이저 언론들은 논의가 중단된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해 검역주권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사과를 수입하라며 연일 맹공을 퍼붓고 있어 농식품부가 얼마나 버텨낼지도 걱정이다.

기후위기로 생산량 30% 감소한 데다 생산비 폭등으로 그 가격을 매길 수밖에 없는 현실은 외면한 채 농식품부가 손쉬운 수입카드를 쓴다면 물가를 잡기 전에 애먼 농가만 잡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이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사과를 수입하면 국내사과 생산액이 최대 39%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며 생산기반 붕괴를 우려했다.

과수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수입 대신 온라인도매시장으로 경직된 유통체계를 유연화하고 다축재배·품종갱신 등 생산성 향상, 정확한 생산량 예측, 계약재배 확대 등에 나서는 게 농식품부의 진정한 존재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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