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당파를 빼고 정치를 얘기할 수 없듯이, 정당(여당 혹은 제1 야당) 소속 없이 지역구에 출마해서 당선되기란 쉽지 않다. 후보가 여성이라면 더 그렇다. 거대정당의 공천을 받되 당선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 공천을 받아야만 전열을 정비할 자신감이 생긴다. 

제21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은 19.1%로 남성의원 5~6명당 1명이다.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의원은 국회 300석 가운데 지역구 29명, 비례대표 28명이다. 비례대표 여성 50% 할당제로 인해 19.1%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지역구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22대 총선 역시 다르지 않다. 거대정당의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율은 20%를 밑돈다. 정당들은 당헌·당규로 지역구 후보 추천 시 여성 최소 할당 비율을 30%로 지정했는데도 말이다. 

총선 지역구 공천에서 여성 비율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와 대표성 확대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성평등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책임,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여성 정치인의 표상이다. 당내 공천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여성 후보 중 이 같은 표상을 찾을 수 있을까. 여성의 표 없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고, 여성정책을 말하지 않고 국회에 입성할 수 없다는 것을 투표로써 보여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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