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농촌 정착지원 강화하고
국적 취득 목적의 국제결혼 가려내야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지방소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문화가정은 농촌인구 유지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2017~2019년 매년 증가세를 보이던 다문화 혼인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2021년 각각 34.6%, 13.9% 감소했다가 3년 만인 2022년 1만7428건으로 전년대비 25.1%나 증가했다. 전체 결혼이 전년보다 0.4% 감소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증가폭이 컸다. ‘2023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2023년 다문화 혼인은 2만건으로 전년보다 3천건(18.3%) 더 늘었다. 결혼 유형별로 보면, 한국인 남편과 외국인 아내와의 혼인 비중은 74.6%, 한국인 아내와 외국인 남편과의 혼인은 25.4%였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이 전년 대비 48.3%p 증가한 33.5%로 가장 많았고, 중국 16.9%, 태국 4.4%의 순이었다. 

다문화 혼인이 증가한 만큼 이혼 건수도 증가했다. 지난해 외국인과의 이혼은 6천건으로 전년대비 5.1% 증가했는데, 특히 외국인 여자와의 이혼은 5.4% 증가했다. 한국 남자와 이혼한 외국 여자의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았고, 베트남, 태국의 순이었다. 

그런데 이번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서 주목할 점은 지난해 외국인 남자와의 혼인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외국인 남자와의 혼인 건수는 5천건이었는데 전년보다 7.5% 늘었다. 외국인 남편 국적은 미국(27.7%)이 가장 많았고, 중국(18.4%), 베트남(15.8%) 순이었다. 최근 10년간 미국이나 중국, 캐나다 국적 남자와의 결혼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베트남 남자와의 결혼은 35.2%로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 여자와 베트남 남자 간 결혼 건수는 2013년 279건에 불과했던 것이 10년 만인 2023년에는 792건으로 껑충 뛰었다. 2022년 기준 베트남 남자와 재혼한 한국 여자 556명 중 86.7%인 482명이 귀화한 한국인이었으며, 이들 중 국적 확인이 어려운 2명을 제외한 480명이 귀화한 베트남 여자였다. 베트남 남자와 결혼한 한국 여자의 상당수가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베트남 남자와 재혼한 베트남 출신 한국 여자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혼이민여성들 대부분이 언어·문화적 이질감과 큰 나이차로 인한 가치관의 갈등 등으로 한국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아직 전통적 가부장적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있는 농촌에서 젊은 외국여성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게다가 일부 한국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했다가 일찍 이혼하는 외국여성들로 말미암아 결혼이주여성을 바라보는 농촌 원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젊은 사람이 떠난 농촌에 그나마 아이울음소리가 들리는 집 대부분이 다문화가정인 것이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이고, 많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장래에 지속가능한 우리 농업·농촌의 주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것에 이견을 다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에 결혼이주여성의 한국농촌 정착을 돕고,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한국 남자와 결혼하는 불편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면밀한 지원체계와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귀농·귀촌인만으로는 우리 농업·농촌을 지탱하기 어렵다. 건강한 다문화가정 육성을 통한 농업·농촌의 활력화를 적극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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