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명옥의 사랑학   

보편적 형제애라는 

인간 본연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인류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마틴 루터 킹이 

명료하게 설파했다. 

'보편적 형제애의 정신으로 

함께 사는 법을 배우든지, 

아니면 바보처럼 

모두 멸망하든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보건학·의학 박사, 17대 국회의원,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보건학·의학 박사, 17대 국회의원, 전 국립중앙의료원장, 전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갑진년 푸른 용의 해가 새로운 정치를 발판으로 우리 행복이 도약하는 해가 되면 좋겠다. 선거에서 바른 선택을 위해 정치와 사랑, 그 역사를 살핀다. 근대 역사에서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는 가치가 프랑스 혁명의 3대 정신이며, 그 이념은 자유, 평등, 보편적 형제애(Universal Fraternity)다. 우리나라에선 ‘보편적 형제애’가 ‘박애’로 번역된 바람에 ‘사랑’의 구체성을 지닌 ‘형제애’에 대한 인식은 종교적 개념으로 한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혁명 3대 개념은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점, 관계적 차원에서 평등을 확인하고, 보편적 형제애는 다른 두 원칙인 자유와 평등을 잇는 의미다. 보편적 형제애는 완전히 상호적이어서 우리에게 참된 평등과 자유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해석의 열쇠를 제공한다.

역사적으로 이 가치들에 대한 다양한 이데올로기적 해석 방식들은 치열한 갈등과 대립도 가져왔다. 부르주아정신은 자유를 경제적 권력과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회주의자들과 과학적 집단주의는 거의 절대적으로 경제적 차원에서만 자유를 이해하게 됐다. 평등은 동등주의로 변했고, 보편적 형제애는 계급이라는 좁은 공간 속에 갇히게 됐다. 결국 심오한 의미를 지닌 ‘보편적 형제애’는 계층, 계급, 집단마다의 ‘연대’라는 좁은 공간에 갇히는 아픈 가치의 역사를 지니게 됐다. 

20세기 초 작가인 샤를 페기는 “보편적 형제애는 생생하고 사라지지 않는, 인간적이고 혁명적인 감정”이라 주장했다. 다시금 보편적 형제애라는 인간 본연의 진정한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 인류의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지 마틴 루터 킹이 명료하게 설파했다. “보편적 형제애의 정신으로 함께 사는 법을 배우든지, 아니면 바보처럼 모두 멸망하든지 선택은 둘 중 하나다.” 

형제애를 그 말 그대로 생각해 보자, 우선 내 가족 안에서부터. 한 집안의 형제들끼리도 복잡다단한 관계와 감정들로 얽혀 있다. 형제간의 애증관계, 경쟁, 싸움, 사랑 등등. 현실적인 의미로 성공한 형제, 실패한 형제, 경제적으로 부유한 형제, 빈곤한 형제, 속세적 의미의 잘난 형제, 못난 형제. 아무리 미운 형제라도 핏줄을 나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 이미 삶을 통해 우리는 형제애가 무엇인지 안다. 형제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 해답은 하나, 사랑이다. 서로 사랑하고 기쁨도 슬픔도 나누고 물질도 나누어 주고, 서로에게 선물로 존재하는 사랑을 나누는 상호관계를 이루는 일이다.

사랑에 근거한 보편적 형제애는 단지 인척관계나 가정의 연결고리를 넘어 성별, 사회적 계층, 경제적 계층, 시민, 인종, 문화, 종교를 초월한 모든 인간에 도달해 수용하는 형제적 관계를 뜻한다. 각각의 다름을 인정하며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며 동시에 상호독립적으로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보편적 형제애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상호적이며 배려, 신뢰, 환대, 경청, 선물, 나눔 등의 가치로 가득하며, 반대와 갈등,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한 개념으로서의 보편적 형제애다. 

1948년 12월10일, 제3차 유엔(UN)총회에서 체택된 세계인권선언의 역사적 선언문에 형제애가 기록된다. 세계인권선언 1조는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해야 한다”고 선언한다. 즉 자유와 평등을 자연적 권리와 함께 보편적 형제애도 역시 자유와 평등 이전의 자연적 권리로 여기고 있다. 

75년도 넘은 세월에 과연 우리는 이 조항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자성해야지 않겠는가! 지금이 바로 생각하고 실천할 때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