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국가 농업R&D 이끄는 여성파워
② 최애진 농촌진흥청 기능성식품과 연구사(푸드테크 적용 기능성 농식품 소재화 기술 개발)

우리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농업 특성상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보니 농업경영은 늘 불안정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행 연구로는 한계가 있으며, 민간의 참여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안전하고 건강한 국민먹거리 생산과 미래농업 대비, 지속가능한 농촌 구현을 위한 국가기관의 농업 R&D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농업 R&D의 메카인 농촌진흥청의 농업 R&D 성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본지는 농촌진흥청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과학자들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 소개를 통해 국가 농업 R&D 활성화를 도모하고, 여성과학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자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푸드테크 이용해 생강 착즙수율 크게 높이고 

진저롤 등 기능성물질 함량 높이는 기술 개발

다양한 식의약 중간소재로 활용가능성 기대

생강 등 구근류 농산물의 유용성분 추출 증진 기술을 개발한 최애진 연구사
생강 등 구근류 농산물의 유용성분 추출 증진 기술을 개발한 최애진 연구사

푸드테크 적용범위 무궁무진...
전 세계 관련 시장도 급성장

“푸드테크는 생산, 가공, 유통, 소비, 폐기 등의 전 단계에서 빅데이터, AI(인공지능), 클라우드, loT(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의 첨단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팜, 대체식품, 케어푸드, HMR(가정간편식), 배달시스템, 서빙로봇, 음식물쓰레기 저감(업사이클링) 등 다양한 식품산업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푸드테크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글로벌 리서치 기관인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푸드테크 시장은 지난해 2500억달러(약 280조원)에서 2027년에는 3420억달러(약 383조553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최애진 연구사는 푸드테크 활용분야, 세계 시장규모 등을 이같이 설명하며 “급속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푸드테크의 범위와 발전이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농촌진흥청도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 연구를 통해 식품이나 화장품 등 다양한 산업소재화 기반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농식품 부산물 대량 확보시스템 모델도 개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융복합 연구로 현장실용화 성과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자원부 기능성식품과의 주요 연구과제 중 최애진 연구사가 개발한 ‘구근류 착즙 극대화 및 고품질 소재화 기술’은 푸드테크를 적용한 융복합 연구로서 현장실용화까지 이뤄낸 우수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생강 같은 구근류 농산물은 전분 등의 다양한 당질이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백질과 기타 화합물의 복합체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세포벽은 헤미셀룰로스, 셀룰로스, 펙틴 등 다당류와 구조 단백질 등 다양한 중합체로 이뤄져 있죠. 이러한 구조의 세포벽은 주로 복잡한 결합 형태여서 물에 잘 녹지 않고, 물리적·화학적 작용과 미생물의 작용에도 분해되기 어려운 특징이 있습니다. 더욱이 생강은 식이섬유와 전분 함량이 다른 향신채소에 비해 많아 착즙 수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분이 착즙액에 남아있어 여과와 농축 공정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로 인해 국내에서는 생강을 활용한 가공품 개발이 단순가공 중심의 제한적 형태로 이뤄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 같은 현장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강 추출물 가공적성 향상 기술을 개발하게 된 겁니다.”

최 연구사는 생강 건조분말에 효소처리와 고압처리 등을 통해 기존 방법(열수추출)보다 유용성분 추출량과 물에 용해되는 고형분 함량을 증진시키는 원천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특허등록했다. 

연구결과, 이 기술을 통해 생강의 대표적인 기능성 성분인 진저롤은 열수추출에 비해 2.6배, 그리고 폴리페놀이나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유용성분도 1.7~2.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분용해지수(물에 녹는 고형분 함량)도 4.6배까지 증가했다. 

“압력과 효소작용을 단일공정으로 진행시켜 생강 조직 내의 펙틴, 전분, 식이섬유 등의 다당류를 작은 단위로 분해하고 물에 용해시켜 그 안에 결합돼 있는 유용성분들의 추출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고압처리기가 없는 농산업체에서는 효소처리만으로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나노기술로 생강 기능성분 고함유 나노에멀전을 제조해 유용성분의 물에 녹이는 특성을 증진시키는 기술도 개발했는데, 이는 화장품, 구강용품 등 다양한 제품의 중간소재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겁니다.”

생강 유용성분 추출 증진 기술 공정. (사진 왼쪽부터) 원료․물 투입, 혼합․가열, 1차 효소 처리 후 50℃ 2시간 가열, 2차 효소 처리 후 93℃ 1시간 가열, 압착여과, 살균

최소 설비투자로 최대 이익 실현
최애진 연구사는 생강 등 구근류 농산물의 유용성분 추출 증진 기술에 대한 연구 성과를 국내 전문학술지에 게재했고, 특허등록도 했다. 또한 이 기술의 산업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2022년 제57회 발명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이 기술은 신기술시범사업(18개소), 기술이전(31건), 사업화(11건) 등 실장실용화를 통해 소규모 농산업체의 기능성 소재 산업화 확산에 기여했다고 자부합니다. 특히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대량생산공정 최적화, 제품 응용, 경제성 분석을 통한 실증, 실용화 단계까지 전주기적 기술 산업화의 우수한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단순하고 작은 기술의 적용으로 제품의 기능성과 소비자 기호성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이 기술을 이전받은 업체들이 성장하고, 더불어 자신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기에 기술 개발자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최 연구사는 소규모 가공농가나 식품업체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설비로도 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적으로 50∼100℃ 정도의 온도 조절과 교반이 되는 추출장치, 압착여과기, 포장기 정도만 있어도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는 것. 따라서 최소한의 설비 투자로 최대 이익을 창출하려는 업체 입장에서 보면 매우 경제적인 기술이라고 최 연구사는 강조했다.  

발명의날 표창으로 ‘생강녀’ 타이틀 
생강 유용성분 추출 증진 기술 개발을 통해 원료 중심의 단순 소비형태에서 식품이나 기능성 중간 소재로 음료·치의약품·이미용품·생활용품 등 시장의 다양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 큰 성과라고 최 연구사는 말한다.

농가 입장에서 보면, 생강 추출 생산성이 40~50%까지 증대될 수 있고, 소비자 접근성 향상과 신소비 창출 등으로 소득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여기에 생강의 저장성 저하와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가격 변동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유용성분 고함유 소재 개발을 통해 원물 대비 50~100배의 부가가치 상승으로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최 연구사는 전망했다. 

“식품 고압효소처리기술은 생산능력이 우수하고 에너지 소모가 적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공정입니다. 이 기술의 보급이 확대된다면 국산 농산물을 활용한 기능성식품 소재 산업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국산 농산물의 기능성 소재 개발을 통한 면역력 향상에 따른 국민건강 증진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변에서 최 연구사를 ‘생강녀’라고 부를 정도로 생강 연구 성과에 임팩트가 있었던 듯, 그가 현재 진행하는 연구도 생강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농가들은 생강즙을 짜고 나오는 착즙박을 대부분 폐기합니다. 착즙박에 유용성분이 남아있음에도 그 활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거죠. 이에 생강 착즙박을 활용해 유용성분을 추출하거나 새로운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도 추후에 현장보급을 위해 시범사업까지 연계할 생각입니다.”

2022년 발명의 날, 국무총리 표창 수상 후 국립농업과학원 모든 출입구에 자신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인쇄된 플래카드가 걸려 가슴 뿌듯했다는 최애진 연구사. 당시의 벅찬 감정이 연구생활의 앞날을 비추는 꺼지지 않는 등대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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