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한국 땅에 ‘물고기를 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가축 3200여마리를 보낸 헤퍼 인터내셔널(헤퍼, Heifer, 암송아지란 뜻) 미국의 자선단체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단체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 농가에 젖소나 염소 같은 가축의 절실함을 느끼고 가축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1948년부터 2년 동안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가 헤퍼 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띄웠고, 이 단체가 1952년부터 종란(種卵)을 시작으로 꿀벌, 젖소, 돼지, 염소 등 가축을 보낸 것이 오늘날 한국 축산업의 기반이 됐다.

헤퍼는 1952년부터 1976년까지 총 44차례에 걸쳐 젖소 897마리, 황소 58마리를 비롯해 가축 3200마리를 한국에 보냈다. 1970년대 초 부천 소사에 있던 한미재단 4-H훈련농장을 수료한 4-H회원에게 염소나 돼지 등을 분양해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를 재단에 돌려주는 ‘4-H가축은행’ 과제를 도입했다. 

한국은 당시 원조를 받은 젖소를 기반으로 70년 만에 낙농 강국으로 발전했으며 세계5위 수준의 우유생산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22년에 네팔에 젖소 101마리를 보내는 사업이 결실을 맺었고 얼마 전 한국 젖소가 네팔에서 첫 송아지를 낳았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의 경제발전 이면에는 굳건한 ‘한미동맹’은 물론 이 같은 경제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울러 전쟁의 폐허 속에서 가난을 이겨내고 오늘의 선진 축산업을 이룩한 농축산인의 노력의 결과라 하겠다. ‘한 잔의 우유대신 한 마리의 소’라는 헤퍼 자선단체의 모토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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