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한다(경기 안성 문현진 꼼냥 대표)
“청년농업인들이 재배한 ‘캣닢’의 양은 많지 않지만 전부 수매해서 제품 생산에 쓰고 있어요. 캣닢은 일 년 내내 수확이 가능하기에 그들에겐 연중 소득이 발생하고, 꼼냥은 안정적으로 캣닢을 확보할 수 있어 좋죠.”
경기도 안성 불광마을에서 캣닢을 재배하는 고양이 집사 농부 문현진 ‘꼼냥’ 대표. 2017년 인테리어 설계 일을 그만두고 안성으로 귀농하면서 농업과 인연을 맺었다. ‘꼼냥’은 2022년 농촌진흥청 ‘선도농가 기술이전 활성화 사업’에 경기도 대표 농가로 선정되면서 관내 청년농업인 4명에게 캣닢 재배기술을 이전했다. 이때 받은 사업비를 나눠 4곳 농가에서 시설하우스를 짓고 캣닢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이들은 캣닢을 부작목으로 선택했고, 함께 농사를 일구며 캣닢 생산에 동참하고 있다.
냄새 잡는 국산 캣닢 모래
고양이와 집사 위한 ‘보약’
스프레이·티백 개발한 캣맘
시니어클럽 협업 제품 호응
길냥이 만나 캣닢 농부로…
서울에서 살던 부모는 2013년에 지인을 따라 안성으로 귀농해 엽채류와 쌈채소 등을 재배하는 시설하우스 21동(1만3884㎡)을 마련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문 대표는 맏딸의 책임감으로 주말마다 부모님 농장일을 도왔고 점점 늘어나는 농사에 7년 전 귀농을 결심했다. 처음에 부모님 농장에서 외국인근로자를 관리하는 노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조금씩 텃밭을 직접 가꾸면서 농업의 가치를 발견하게 됐다.
“추운 겨울날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밭에서 울고 있었어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결국 집으로 데려왔어요. 이럴 때 보통 집사는 고양이한테 ‘간택됐다’고 해요.”
2017년 겨울, 어딘가 아파 보이는 고양이를 데려와 병원 진료를 받게 하고 정성껏 돌보며 건강을 되찾기를 바랐지만 성탄절 다음날 결국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로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밥을 챙겨줬는데 길고양이 2마리가 찾아왔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부터 창고에서 안 나가는 거예요. 그중 한 마리가 임신 중이었던 걸 알게 됐고 지금은 11마리로 늘었죠.”
엄마가 자식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듯이 고양이 집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 먹거리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풀이라서 붙여진 이름 캣닢. 시중의 캣닢은 대부분 안전성과 신뢰도가 낮은 중국산 제품이어서 원료와 성분 출처를 알 수 없었다. 그는 고양이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캣닢을 직접 재배하고 연구해 캣닢 제품을 만들었다.
‘마약’ 아닌 ‘보약’…반려묘·집사 호응↑
“고양이가 좋아하는 네페탈락톤 성분이 들어있어 고양이가 캣닢 냄새를 맡으면 코의 점막을 통해 뇌로 전달돼 행복감을 느끼고 스트레스 해소, 신경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캣닢은 고양이에게 허락된 유일한 마약이라고도 표현하죠. 아직까지도 생소한 작목이라 국내 재배농가도 열 손가락 안에 꼽혀요.”
‘개박하’라고도 불리는 캣닢은 가루로 많이 쓰인다. 이는 건조 시 캣닢의 네페탈락톤 성분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도 생소한 캣닢. 종묘상에 씨앗을 구하는 데도 일주일이 걸렸다. 씨앗 가격도 1㎏에 30만원으로 꽤 비싼 편이다. 캣닢은 다른 작목과는 다르게 재배법 정보가 거의 없어 직접 재배법을 터득할 수밖에 없었다.
“캣닢은 농업기관이 주도하는 특화작목이나 틈새작목이 아니잖아요. 아직까지 정보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가능성은 봤는데 아는 것이 없어서 조마조마했어요. 지역 농업기관에 도움을 청했지만 재배법을 배우고 기술자문을 받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문 대표는 어렵게 구한 아주 작은 씨앗으로 다양한 파종법을 실험한 결과, 모판에 모종을 키운 다음 옮겨 심는 재배법을 택했다.
“발아율은 50% 정도로 저조하기에 씨를 넉넉히 넣어서 파종해야 해요. 부추와 같은 다년생 식물로서 잎을 따면 새로운 잎이 나오는데 본밭에 정식하고 25일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합니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시설하우스 한편에 캣닢을 시험재배를 해보니 생각보다 잘 자라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어 재배 면적을 넓혀갔다.
집사 편의제품 개발해 부가가치 높여
“가루 형태의 캣닢은 바닥에 떨어진 가루 청소와 가루가 날리면서 호흡기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집사가 조금 더 편할 수 없을지를 고민하다가 액체 스프레이를 개발하게 됐어요.”
버릴 게 없는 캣닢은 잎과 줄기를 말려서 고양이 화장실의 모래 탈취제로 쓰고, 생잎은 수증기 증류법으로 성분을 추출해 스프레이로 제조했다. 이는 특허출원도 마친 상태. 생활화학제품안전검증 테스트도 통과한 인증된 안전한 제품으로 날아오는 농약도 차단해 245종의 잔류농약검사에서도 불검출 판정을 받았다.
“겨울에 심은 캣닢이 여름에 꽃이 피는데 향이 얼마나 짙은지 인근 벌들이 다 모여요. 그래서 수확할 때 벌에 쏘이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래도 고령의 반려묘들이 무기력할 때 효과가 정말 좋아요.”
모든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70% 정도의 고양이만 반응을 보이는 캣닢은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홍보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집사 농부가 키우는 캣닢 재배 일지, 고양이와의 일상 등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비자와 공유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지역 어르신과 콜라보 ‘캣닢 쿠션’ 탄생
‘꼼냥’은 안성맞춤 시니어클럽 시장형 노인일자리사업단(은빛재단사)과 협업을 통해 캣닢 쿠션을 제작하고 있다. 지역 어르신에게 일감을 맡겨 노인 일자리를 창출한 셈이다.
문 대표는 2년 전 우연히 지역신문을 보던 중 ‘안성맞춤 시니어클럽 일자리 사업’을 알게 되면서 ‘은빛재단사’ 어르신과 인연이 닿았다. ‘은빛재단사’는 재봉과 재단 경력을 갖춘 60세 이상 퇴직 어르신들이 모여 지역 내에서 재능을 이어가고 있다.
“최소 30년 이상 봉재 경력자들입니다. 초반에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제게 조언도 아끼지 않으셨어요. 원래는 서울 동대문에 재봉을 의뢰했었는데 그때 제시된 공임보다 절반 이하로 줄였죠.”
또 그는 길고양이로 시작한 이 사업에 수익금 일부를 고양이 쉼터 ‘경묘당’과 TNR(길고양이 중성화 수술)에 힘쓰는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하고 있다.
문 대표에게는 꿈이 있다. 안성의 특산물인 한우와 배에 이어 ‘캣닢’이 특화작목으로 자리매김하는 것. 아직까지 청년농업인단체와 캣닢에 대해 소통하는 게 쉽지 않지만 지자체와 함께 안성을 대표하는 작목으로 키워보고 싶단다.
“틈새작목을 통해 농가들에게 생기 넘치는 농사가 되고 소득이 향상돼 지역 공동체와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캣닢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지면 마을기업 또는 재배단지를 형성해 안성을 홍보하는 또 하나의 대표작목으로 키우고 싶어요.”
문 대표는 캣닢에 대해 “안성에서 지원하는 대표작목 캣닢입니다”라고 소개하는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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