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국가 농업R&D 이끄는 여성파워
① 조수현 농촌진흥청 축산물이용과 연구관(한우고기 품질향상 위한 숙성기술 개발·보급)

우리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농업 특성상 이러한 변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보니 농업경영은 늘 불안정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행 연구로는 한계가 있으며, 민간의 참여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안전하고 건강한 국민먹거리 생산과 미래농업 대비, 지속가능한 농촌 구현을 위한 국가기관의 농업 R&D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농업 R&D의 메카인 농촌진흥청의 농업 R&D 성과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본지는 농촌진흥청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과학자들의 주요 연구개발 성과 소개를 통해 국가 농업 R&D 활성화를 도모하고, 여성과학자들의 사기를 높여주고자 기획특집을 마련했다.

 

저등급․저지방 쇠고기를 고급육 못지않은 맛을 내는 고기로 숙성하는 기술을 개발한 조수현 연구관

 

한우고기 소비, 마블링 많은 구이용 선호부위에 편중

저등급·저지방부위 품질 향상 숙성기술 필요성 대두

건식·습식숙성 최적조건 구명…부위별 균형소비 기대

구이용 ‘투뿔’ 쇠고기가 최고라고?
“지난해 국내 한우 사육두수는 전년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매년 증가추세입니다. 그래서 한우고기 가격이 떨어질 법도 한데 소비시장 수요 증가로 도매가격은 되레 오르고 있습니다. 쇠고기 수입은 등심, 안심, 채끝, 양지 등 인기부위를 위주로 지속 증가하고 있고, 한우고기 가격부담 때문에 수입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 도체중량의 48%를 차지하는 앞다리, 우둔, 설도 등 저지방부위는 소비자 선호도가 낮아 인기부위와의 가격차가 약 2.6~3.7배나 되고, 수요도 적어 소비 적체현상이 발생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의 소비성향이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다양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국내 식육 유통·판매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찾아 끊임없이 개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이미 숙성고기의 가치를 인지하고 쇠고기 부위별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해 프리미엄급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조 연구관은 부연했다.

소비자는 연한 고기를 찾는다
국내 소비자 4600명을 대상으로 한 관능평가에서 소비자는 쇠고기 맛을 평가할 때 연도(55%), 향미(27%), 다즙성(18%)에 가중치를 갖고 맛(기호도)을 평가했다고 한다.

문제는 쇠고기 부위에 따라 소비자의 기호도가 극명히 갈려 균형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이에 따라 선호부위와 비선호부위의 가격차가 크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는 근내지방이 많은 구이용 부위를 선호하다보니 저등급·저지방 부위의 소비가 적체되고 선호 부위의 수입은 지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등급이나 부위별 육질에 따라 가격차가 커 저등급·저지방 부위의 육질과 맛을 향상시키기 위한 숙성기술 개발이 필요했죠. 숙성은 질긴 고기를 단백질 분해로 육질을 연하게 만들고, 맛을 내는 물질 생성을 촉진해 풍미와 맛을 향상시키는 기술인데, 국내에는 체계적인 연구와 기반 기술이 없었어요. 이것이 제가 한우고기 저등급·저지방 부위 품질 향상 연구를 하게 된 배경입니다.”

숙성육 육색 판별
숙성육 육색 판별
적정숙성기간 예측프로그램
적정숙성기간 예측프로그램

최적의 숙성조건․미생물로 해결
조 연구관은 개발한 건식숙성기술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우선 쇠고기 품질과 기호도 향상을 위한 최적의 숙성조건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연구결과, 원료육 등급과 형태, 부위에 따라 온도는 2~4℃, 습도 65~85%, 풍속 0.5~2m/s이었고, 이렇게 해서 생산한 상품의 육질과 품질특성이 유통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했습니다. 건식숙성조건은 ‘쇠고기의 등심 및 설도육의 건식숙성방법’이란 기술로 특허를 등록했죠. 여기에 첨단분석기술을 이용해 풍미와 기호도를 높여주는 미생물(효모 1종, 흰곰팡이 1종)을 선발하고, 미생물 살포시기, 처리농도, 혼합비율 등을 구명해냈습니다. 풍미 미생물 활용으로 숙성육 제조기간을 60일 이상에서 40일로 단축하고, 잡균 오염 방지는 물론 고기는 연해지고 맛과 풍미는 향상시키면서 건조로 인한 감량을 최소화해 생산수율을 높일 수 있게 됐어요.”

조 연구관은 풍미 미생물을 활용한 한우고기 저지방부위 건식숙성방법에 대해 산업재산권도 등록했다. 아울러 건식숙성기술을 활용해 숙성단계별 안전성 모니터링기술을 개발하고, 상품생산 가이드 책자도 발간해 관련 기관과 업체 등에 배부했다. 또한 논문발표(42건), 홍보(233건), 현장기술지원(32개소), 기술이전(15개소) 등 연구성과 홍보와 기술 상용화에도 힘썼다.

“개발한 건식숙성기술의 수요처는 다양합니다. 강원도 홍천사랑말한우는 2018년 건식숙성기술을 이전받아 다산암소(85개월령 이상)에 적용해 등심, 안심, 채끝, 갈비 등 구이용 외 보섭, 도가니, 설깃, 우둔 부위를 숙성시켜 스테이크 상품화를 추진하는 등 다산한우의 부가가치를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건식숙성기술 도입으로 홍천사랑말한우는 숙성기간을 단축하고 풍미를 향상시키는 한편, 균일한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두당 120만원의 추가소득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그 결과 2021년 연매출 240억원 중 건식숙성육 매출이 12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강원도 횡성과 전북 정읍, 전남 담양, 경북 영주 등 13곳에 신기술시범사업(2019~2021)을 추진했고, 생활가전업체에 가정용 숙성냉장고 개발과 관련된 5건의 기술도 이전했다. 이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와 식당 등에도 숙성기술과 시설, 품질·위생관리 등을 지원해 저가부위의 매출 증대에 기여했으며,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로 소비자들의 비선호 부위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조 연구관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2015년), 농촌진흥청 최우수연구과제상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2019년)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숙성육 진실 알리는 전도사
저등급 쇠고기 건식숙성기술은 한우농가는 물론, 유통업계, 식육점 등 관련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질긴 저지방 부위를 ‘구이용’ 부위 수준으로 육질과 맛을 향상시키는 기술적 성과는 물론, 이 기술은 쇠고기 비선호 부위를 숙성해 판매함으로써 부가가치 향상 효과(1곳당 9억8300만원)가 있고, 수입산 쇠고기 대체로 외화를 절감할 수 있으며, 한우고기 부위별 편중소비 해소 등으로 한우산업 전반에 걸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농산업체와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요. 또한 마블링 위주의 1++ 등급이 아니더라도 한우의 부위별 균형소비와 판매 증가는 한우 비육기간 단축과 구매수요 증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22년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92명을 대상으로 한우 건식숙성 2등급 고기와 비숙성 1++ 등급육 세트상품에 대한 맛 비교조사 결과, 소비자 43%가 2등급 건식숙성육 상품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우 건식숙성 1등급과 비숙성 1++ 등급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63%의 소비자가 1등급 건식숙성육 상품에 손을 들어줘 건식숙성기술의 우수성을 재차 확인했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도축 후 3일 이내 또는 마블링이 많고 등급이 높은 쇠고기를 선호합니다. 갓 잡은 쇠고기가 신선해서 맛이 좋고, 마블링이 많아야 연하고 맛있다고 여기죠. 쇠고기는 냉장고에서 5일만 지나도 상하고, 숙성육은 썩은 고기라는 인식도 여전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숙성육에 대한 진실을 대중에게 전파하면서 맛으로 입증할 기회를 확대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조수현 연구관은 긴 공직생활을 마치고 현재 공로연수 중이다. 그는 ‘젊음은 알지 못한 것을 탄식하고, 나이는 하지 못한 것을 탄식한다’는 프랑스 인문주의자인 앙리 에스티엔의 명언을 후배 연구자들에게 남겼다. 끊임없이 배우고 경험하면서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야 한다는 조 연구관의 인생 2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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