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과일값이 비싸냐고요? 꿀벌이 사라져서요.”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 과일담당자는 과일값이 너무 올랐다는 고객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느라 바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3년 6대 과일 생산량이 약 16% 감소한 건, 개화기 냉해와 집중호우와 고온으로 늘어난 낙과, 수확기 탄저병 확산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꿀벌이 사라진 영향을 간과했다는 게 유통업계의 지적이다. 재해 영향도 컸지만 자연 수분활동 감소도 빼놓을 수 없다. 과수농가는 지난해 봄부터 꿀벌이 줄어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자연재해가 변수라면 꿀벌 감소는 상수로, 그 영향이 지속적으로 미칠 수 있단 점이다.

2021년 12월 무렵부터 꿀벌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구 온도 상승으로 동면에서 깨기 전에 꽃이 피고 냉해로 일찍 지면서 꿀벌의 먹거리가 부족해졌고, 여전히 무분별한 농약 살포로 밀원식물이 감소한 탓이다.

농촌진흥청은 대체원으로 뒤영벌 보급에 나서고, 과수농가가 밀집한 지자체는 꽃가루은행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예산과 인력이 동반된다. 꿀벌을 100% 대체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동안 거대한 자연이란 시스템의 충실한 일꾼이었던 꿀벌의 효과를 누리기만 했을 뿐, 그들의 생존환경을 위협한 대가의 첫 번째 청구서가 이번 과일값 폭등인 셈이다.

상황이 심각함에도 꿀벌 수의사는 전국 단 2명뿐이다. 농식품부는 정확한 피해규모를 파악도 못하고, 밀원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친환경농업 지원은 오히려 후퇴했다. 친환경직불금 삭감과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지원사업 폐지처럼 말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가 종말할 것이란 까마득한 얘기로 많은 이들이 위기를 체감하지 못했다. 소비자 지갑을 얼어붙게 하고 과수농가를 한숨짓게 한 과일값 폭등은 꿀벌의 역습이다. 근본 대책 없이 계속 방치하다간 자연의 더욱 엄중한 경고가 이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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