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잼버리 파행으로 사의를 표명했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의 사표를 5개월 만인 20일 수리하고 차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여성가족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는 배경에 대해 ‘법 개정 이전이라도 공약 이행에 대한 행정부 차원의 확고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선 당시부터 여가부 폐지 등 젠더 이슈를 공약으로 내걸어 2030 남성의 표심을 잡는 데 성공했던 터라 이번 후임 여가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고 차관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이번 김 장관 사표 수리는 특히 지난해 1월 야당의 반대로 정부조직법 개편안 중 여가부 폐지안이 빠지면서 존치가 지속되자 이탈한 2030 남성의 표심을 다시 결집해 4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4월 총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 전 정치적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새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피하고, 2030 남성 표심을 자극해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정부조직법을 바꿔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성적 고정관념과 일자리 등에서 성불평등이 만연하다. 정부의 성평등 예산이 삭감되고 성인지 교육도 사실상 폐지됐다. 정책과 사업이 부실하면 개선하면 될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한 여가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여가부 폐지 결정은 표심이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젠더 갈등으로 우리 사회가 다시 분열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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