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문 음악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디바’

전 세계 수많은 여성그룹의 모태
‘My love, there’s only you in my life The only thing that’s right My first love… You will always be My endless love~.’ 

1981년, 두 흑인 남녀 가수가 만나 호흡을 맞춘 노래 ‘Endless Love’의 노랫말이다. 당시 열다섯 살 브룩 실즈가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 주제곡으로 삽입된 노래다. 이 노래는 빌보드 싱글 차트 9주 연속 정상을 지키며 그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인기 팝·록 싱글 부문’을 수상,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도 올랐다. 

‘Endless Love’는 라이오넬 리치와 팝 음악계의 검은 진주, 전 세계 가장 성공한 여성 아티스트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가 불렀다.

다이애나 로스의 본명은 ‘Diane Ernestine Earle Ross’다. 1944년 미국 미시간주 공업도시 디트로이트에서 가난한 집안의 장녀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흑인여성 보컬그룹을 조직, 교내에서 인기를 끌며 활동했다.

이들의 음악적 자질을 인정한 그 유명한 모타운레코드사에서 스카우트, 고등학생 신분으로 ‘Supreams(슈프림즈)’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다. 다이애나의 음악 활동은 그룹 슈프림즈 시절과 솔로 시절로 구분할 수 있다.

모타운은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에 이어 다이애나 로스, 잭슨 파이브 등의 대중음악 역사에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들을 배출하고. 1961~1971년 무려 110곡을 빌보드 싱글 톱 10 안에 진입시킨 흑인음악계의 영원한 전설이다. 

1960년대의 대표적인 여성그룹 중 하나인 슈프림즈는 흑인여성 그룹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계에서 여성그룹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는데, 1969년 다이애나 로스가 슈프림즈를 탈퇴하기까지 빌보드 싱글 1위가 12곡이나 됐다. 여성그룹으로서 가장 많은 기록을 남기고, 인기를 누렸다. 당시의 높은 인기로 인해 ‘비틀즈’ 못지않은 그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소속사 모타운의 처지에서 보면 슈프림즈와 다이애나는 사업 확장의 큰 공신이기도 했다.

다이애나는 전 세계 수많은 여성 그룹들의 모태가 된 슈프림즈의 리드보컬로 활동하다 솔로로 데뷔, 1970년대부터 성공적인 활동을 펼쳤다. 빌보드 차트만 보더라도 솔로 활동으로 싱글 1위 6곡 등 그룹 시절과 합쳐 총 18곡의 싱글 1위 기록을 세우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슈프림즈’ 시절 다룬 ‘드림걸즈’
처음부터 다이애나가 슈프림즈의 리드보컬은 아니었다. 다이애나의 미모와 고운 목소리를 앞세운 홍보 전략을 펴려던 모타운이 다이애나를 리드보컬로 내세웠고, 기존 리드보컬인 플로렌스 발라드는 모타운과 다이애나 로스와 다투고 슈프림즈를 떠났다. 이후 플로렌스 발라드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서른두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뮤지컬 ‘드림걸즈’와 영화 ‘드림걸즈’는 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특히 걸그룹 데스티니 차일드 출신의 비욘세가 다이애나로 분한 영화(2006)의 흥행 이후 유튜브의 슈프림즈, 다이애나 로스 관련 영상에는 다이애나를 욕하는 댓글이 가득 차게 된다.

다이애나 로스의 솔로 첫 빌보드 싱글 1위 곡은 마빈 게이와 타미 테렐이 앞서 부른 ‘Ain’t No Mountain High Enough’다. 클래식 음악의 현악기와 호른의 요소, 다이애나의 말하는 듯한 맑고 고운 목소리에 모타운의 아티스트들이 백업 보컬로 녹음에 참여해 가스펠 보컬 요소를 가미한 이 곡은 기존 것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버전으로 탄생했다.

다이애나 로스는 마이클 잭슨과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도 유명한데,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유언장에 자녀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자신이 죽을 경우 유산 관리 자격과 자녀들의 양육권을 행사할 사람으로 어머니인 캐서린을 지정하면서, 만일 캐서린이 이를 사양할 경우 다이애나 로스가 맡을 것을 언급해 화제가 됐다.

다이애나 로스는 실제 마이클 잭슨의 첫사랑이라고 알려져 있다. 모타운 시절부터 잭슨 파이브와 가까이 지내면서 다이애나 로스가 어린 마이클 잭슨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기도 했다고 한다.

다이애나 로스는 현재까지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며 22개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연기력도 갖춘 터라 배우로 활동, 성공을 거뒀다. 1972년, 영화 ‘빌리 할리데이’로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상을 받았다. 그래미상을 12회 수상했으며, 1976년에는 빌보드가 선정한 ‘이 시대의 여성 엔터테이너’에 이름을 올렸다. 2007년에는 케네디 센터 주관 공연예술 ‘평생공로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