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17)

젖어미는 ‘젖어머니’의 낮춤말로, 남의 아이에게 그 어머니(생모)를 대신해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젖을 먹여 키우는 어머니, 곧 ‘유모’를 말한다.

젖어미는 유모의 역할뿐만이 아니라, 어머니 역할을 대신해 준다해 누구는 ‘기간제 어머니’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젖어미, 곧 유모는 아이를 낳고 젖이 풍부하게 잘 나오는 건강한 여인을 골라 젖어미로 삼았다.

유모는 엄연한 남이면서도 젖을 통한 교감으로 아이에게 모정을 심어주는 ‘엄마’가 됐다.

# 우리의 조선시대 왕실 육아는 유모 담당이었다. 태어난 아이가 장차 왕위 계승 서열에 있으면, 유모 선발 또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원자에게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을 갈아입히고,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눕히는 일, 그리고 아이에게 약을 먹이는 것도 먼저 유모가 약을 먹고, 그 유모의 젖을 통해 약기운이 어린아이에게 간접적으로 전달되게 했으니... 어찌 그 선발이 허술했겠는가.

그런 왕자의 유모에게 ‘봉보부인(奉保夫人)’이라는 종1품 벼슬도 내렸다. 종1품 벼슬은, 왕비 어머니인 부부인(정1품)보다는 한 단계 아래지만, 왕자의 처인 군부인(종1품)과 같은 품계의 벼슬이었음은 물론, 영의정, 좌-우의정 3정승의 부인인 정경부인과도 같은 품계의 벼슬이었다.

# 그런데, 지난 연말 연초에 아버지 어렸을 적 유모의 주거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아버지와 40대 아들과의 법정 소송이 세간에 화제가 됐다. 이 소송에서, ‘길러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아버지의 의지가 승소를 이끌었다’며,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이 사건을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아버지가 어렸을 적, 투병 중이었던 친어머니를 대신해 유모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신을 포함한 5남매를 친자식처럼 돌봐키우고, 집안일을 도맡아 해왔다. 그 후 자식들이 장성하자, 유모는 늙은 나이에 그 집을 나왔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로서 폐지를 주우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면서, 치매 증세까지 보이는 딱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자, 아버지는 7평 크기의 오피스텔을 (아들 명의로) 구입해 유모를 머물게 하고, 성년후견인을 자처했다.

그런데, 단순히 ‘자신의 명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난 2021년, 아들이 ‘유모 할머니’에게 오피스텔에서 나가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 그러나, 법원은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

뱃살 피둥피둥한 젊은 아들이, 늙은 아버지의 어렸을 적 ‘젖어미’를 향한 해묵은 깊은 속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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