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목소리에 탁월한 가창력
하루아침에 명동 인기가수로…
원곡보다 사랑받은 ‘아침이슬’ 
저항 가수의 상징…금지곡 굴레
​​​​​​​세상 재밌는 이야기로 소통하다

■ 박해문 음악감독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디바’

1971년 발매된 가수 양희은의 공식 데뷔 앨범 재킷. 긴 생머리에 통기타, 청바지에 청셔츠, 운동화를 신은 앳된 모습이 순수하면서도 당당해 보인다. 이 앨범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로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1971년 발매된 가수 양희은의 공식 데뷔 앨범 재킷. 긴 생머리에 통기타, 청바지에 청셔츠, 운동화를 신은 앳된 모습이 순수하면서도 당당해 보인다. 이 앨범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노랫말로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중후한 음색에 호소력 짙은 목소리
여러 유명 가수의 노래를 듣다 보면 그 시대의 분위기와 가수의 목소리, 그리고 노랫말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있다. 철이 든 뒤에 필자에게 이 같은 경험을 자주 선사한 가수가 있었으니, 바로 ‘양희은’이다. 

양희은은 중후한 음색으로 구슬픈 감정을 노래하면서도 가수 자신의 감정은 절제하며 노래가 가진 감수성을 때로는 천진한, 때로는 맑은 목소리로 표현한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에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1970년대 민주항쟁과 관련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래 중 가장 익숙한 곡인 ‘아침이슬’의 노랫말이다. ‘김민기’는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해 1971년 자신의 1집 앨범에 실었다. 이후 재편곡해 양희은에게 줬는데, 같은 해 양희은의 데뷔 앨범을 통해 발표됐다. 

공식 데뷔 앨범 ‘포크 명반’ 꼽혀
김민기가 부른 원곡은 나지막한 창법이 인상적이다. 반면 양희은의 ‘아침이슬’은 발성이 곧다. 그래서 호소력이 짙고, 특유의 맑은 목소리로 인해 순수함마저 느껴진다. 발표된 지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멜로디와 노랫말은 1970년대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양희은의 데뷔 앨범 ‘고운노래 모음’은 엄혹한 시대 상징과 더불어 ‘아침이슬’의 무게감으로 인해 포크 명반으로 꼽힌다. 원곡자인 김민기의 앨범보다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더 많이 알려졌고, 연대 의식을 부추기며 지금까지 국민가요로도 널리 불리고 있다. 

하지만 ‘아침이슬’도 금지곡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1972년 서울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김민기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다가 경찰서로 연행, 1집 앨범이 전량 수거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알려진다. 

이어 1975년 ‘아침이슬’은 당시 공연윤리위원회(현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에 따라 금지가요로 분류, 공식 판매가 금지됐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서울 신촌로터리 부근에 운집한 100만명의 군중이 유일하게 다 같이 아는 노래가 ‘애국가’와 ‘아침이슬’밖에 없었다는 대표적인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당시 군중의 연령대가 10대 중·고등학생부터 장년층까지 다양했다는 점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아침이슬’은 1989년 금지가 철회되면서 재발매가 이뤄지고 대중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민기·이용복·정성조 등 음악인 참여 
1952년 8월13일 서울 종로 출생인 양희은은 대학(서강대학교 문과)에 들어가면서 아르바이트 삼아 노래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YWCA 청개구리홀에서 김민기를 처음 만났고, 명동 클럽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양희은은 청순한 외모와 청아한 목소리, 탁월한 가창력으로 하루아침에 명동 인기가수로 떠올랐다.

앨범 관계자의 눈에 들어 취입하게 된 양희은의 앨범 작업에 김민기,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 서울대 작곡과 학생 김광희, 정성조 쿼텟 등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1960년대 한국 가수들의 창법과는 확연하게 다른, 호소력을 띤 양희은의 목소리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매력적이다. 여전히 라디오에서 전설의 DJ로 활동하고, TV 등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맡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1970년대 청년문화를 이끈 1세대 여성 포크 가수이자 한때 ‘저항 가수’의 상징이었던 가수 양희은, 그는 오늘도 세상을 엿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에 열심이다.

‘세노야 세노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백구’ ‘한계령’ ‘하얀 목련’ 등이 히트곡이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박해문 음악감독은 대중음악 작곡가, 프로듀서, Seagate_DJ로 활동 중이다. 한·중 합작 팩츄얼 드라마 ‘임진왜란 1592’, JTBC 드라마 ‘나의 나라’ 음악 등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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