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예산 퍼부어도 출산율 세계 최하위
여성들 “출산·양육 시 일·가정 양립 어렵다“
시행 18년 ‘가족친화인증기업’ 5911개  

지난 20년간 막대한 예산 투여에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더 하락하는 추세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이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업들에 눈을 돌리는 시각도 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러 설문조사에서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부담과 ▲출산과 양육 시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을 꼽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가족친화기업 신규인증을 받은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19일 열린 ‘2023 가족친화인증서 및 정부포상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과 가족친화기업 신규인증을 받은 기업 관계자들이 지난해 12월19일 열린 ‘2023 가족친화인증서 및 정부포상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모두 기업과 연결되는 문제들이다. 경제적 부담은 높은 사교육비와 연결된다. 부모들은 자녀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부담을 감수한다. 사회가, 직장이, 기업이 학벌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 역시 기업이 변화해야 해결될 수 있다. 적어도 초등학생 자녀에 대해 부모가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 유연근무, 단축근무, 연월차와 반차 등 자유로운 사용 등을 보장해야 한다. 

재정 지원이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해서라도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고, 정부가 나서 이를 의무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휴직의 경우 대기업은 여성에 대해 1년가량을 보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은 여성에 대해 육아휴직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성에 대해 육아휴직 보장도 요원한 과제다. 

농촌여성신문은 지난 18년간 운영된 ‘가족친화인증제’를 돌아보고, 선진적 제도를 시행 중인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가족친화인증은 ‘가족친화 사회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족친화적 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이나 기관 등에 여성가족부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가족친화인증 현황 ※ 대기업 668개(11.3%), 중소기업 4110개(69.5%), 공공기관 1133개(19.2%) 여성가족부 제공자료
가족친화인증 현황 ※ 대기업 668개(11.3%), 중소기업 4110개(69.5%), 공공기관 1133개(19.2%) 여성가족부 제공자료

가족친화인증기업이 되면 정부사업 참여 시 가산점·우선권을 부여하며, 투·융자 대출 시 금리 우대, 상장기업 대상 가족친화인증정보 자율공시제도 도입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지난해에는 2476개 기업이 가족친화인증을 신청했으며, 이 중 2183개 기업이 인증기준을 통과했다. 2183개 기업 중 신규인증은 894개, 인증 유효기간 연장은 609개, 재인증 732개였다. 

가족친화기업은 신규인증 3년이 지나면 1회에 한해 인증 유효기간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첫 신청 후 5년 경과 시 재인증을 통해 인증을 유지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가족친화인증기업은 총 5911개로 2022년 대비 496개 늘었으며, 이 중 중소기업은 4110개로 전체 인증기업의 69.5%를 차지한다.

가족친화인증기업의 우수 사례를 살펴보면, 가족친화 직장문화를 조성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임직원의 모‧부성 보호와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해 노력한다. 또한 행복한 가정과 일터 환경 조성에 앞장선다.  

대기업인 롯데엠시시㈜는 ▲남성 의무 육아휴직(2017년~) ▲주52시간 근로시간제 조기 도입(2018년11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시차출퇴근제 ▲미취학자녀 양육비 지급 ▲임직원과 가족 심리상담지원 등을 실시한다. 

SK텔레콤의 고객서비스 자회사인 ㈜서비스탑은 ▲자동육아휴직 제도 ▲난임치료휴가(3일→16일)제도 확대 ▲매월 산부인과 진료비와 약제비용을 지원한다. 

수출포장 전문기업인 ㈜산호수출포장은 ▲육아휴직 중 육아지원금 지원 ▲자녀 학자금과 출생축하 지원금을 지급한다. 

한미글로벌㈜은 여성에게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 3개월을 의무화하고, 의무사용기간 동안 정부지원금과의 급여차액을 월 1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또 자녀 1명당 육아휴직을 2년, 육아기 재택근무를 2년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셋째 출산 시 특진, 넷째 출산 시 육아도우미를 1년간 지원한다. 

롯데쇼핑㈜은 임신기간 동안 배우자가 태아검진 시 병원에 동행할 수 있도록 ‘예비아빠 초음파 휴가’ 3일을 유급으로 지원한다. 또 난임 지원을 위해 난임 근로자에게 100만원과 휴가 3일을 부여하고 난임휴직 3개월(무급)을 실시한다.  

중소기업 4110개 69.5% 차지

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에 선도

모‧부성 보호와 일·가정 양립 지원

여성 대표성·노동조합 발언권 보장

 

여성에만 육아휴직 지원은 아쉬움

남성 육아휴직 법적 의무화 절실 

SK하이닉스㈜는 배우자 출산휴가를 확대해 법정 유급휴가일 10일에 더해 출산 자녀수(첫째 10일, 둘째 15일, 셋째 이상 다태아 20일)에 따라 최대 20일의 유급휴가를 지원한다. 또한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는 최대 3개월(무급)간 휴직을 부여한다.

매일유업㈜은 난임시술비를 회당 100만원(횟수 무제한) 지원한다. 출산 축하금(첫째 400만원, 둘째 600만원, 셋째 이상 1천만원 지원)과 1년간 200만원 상당의 분유 제품을 지원하고, 임신과 자녀의 돌 시기에 맞춰 축하선물을 증정한다.

여가부 관계자는 “기업에서 가족친화경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해나갈 때 우리 사회 전체에 가족친화 직장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면서 “기업이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력할 때, 근로자가 안정된 미래를 꿈꾸며 결혼, 출산, 양육을 행복하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경영학회가 2022년 발간한 ‘가족친화제도와 일·가정 양립 지원 조직문화가 구성원의 조직몰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가족친화경영이 조직구성원들의 일·생활 균형을 매개로 조직몰입 강화와 이직의도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친화인증을 받은 총 9개 기업 소속 인사담당자와 근로자 34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 얻은 결과다. 

보고서는 가족친화경영의 수준과 효과가 기업 간에 상이하게 나타나는 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으로 ▲경영자·관리자의 지원적 리더십 발휘 ▲가족친화제를 관리하는 내부 통제 시스템 확립·운영 ▲여성 대표성과 노동조합의 발언권 등을 꼽았다. 

하지만 가족친화인증기업들의 육아휴직제가 여성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나서 남성에 대해 6개월 이상 북유럽 등 수준으로 육아휴직을 보장하도록 법적 의무화하거나 육아휴직 대체인력 투입과 재정 지원, 징벌적 벌금 등을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성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기업들이 여성 고용을 기피할 수 있는 데다 법적 의무화가 아니기에 남성은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육아휴직 사용을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