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316)

‘정월은 이른 봄이니 입춘 우수 절기로다/산속 깊은 골짜기에 눈과 얼음 남았으나/평야 마을 넓은 들은 풍경이 바뀌도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1786~1855)가 지은 <농가월령가> ‘정월령’의 첫머리다. 봄에 들어서는 입춘 무렵의 마을 정경을 사실대로 그려주고 있다.

입춘은 1년 24절기의 첫 절기로 이때부터 새해의 봄이 시작된다. 올해는 2월4일(음력 12월25일)에 들었다.

예전에는 나라 안 모두가 이날을 기리면서, 한 해 동안 ‘크게 길하고’(대길-大吉), ‘좋은 일이 많기를’(다경-多慶) 기원하면서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있어왔다. 특히, 입춘 때 베푸는 여러 가지 공덕을 보면, 듣는 것만으로도 울컥하고 가슴이 멘다.

•월천(越川)공덕-마을 냇가에 다리를 놓거나, 새 길을 내어주는 것.

•구난(救難)공덕-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

•활인(活人)공덕-아픈 사람을 돌봐주는 것.

•염불(念佛)공덕-부처님께 공양드리는 것.

•급식(級食), 급수(級水)공덕-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는 것.

•착복(着服)공덕-헐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는 것.

# 또한, 이때에는 새봄의 행운을 기원하고, 집안과 가족의 안녕과 번영·장수를 비는 춘축(春祝), 춘첩(春帖)으로도 불리는 입춘방(立春榜)을 대문, 문설주 등 집안 곳곳에 써 붙였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주로 써 붙이는 대표적인 문구다. 길다란 한지에 써서 양 대문에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붙여 흡사 ‘들 입(入)’자 형상과 비슷하게 마주 붙였다. ‘이 집에 복과 행운이 들어오게 해주십사~’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옛 고려 때부터 왕실, 민가 할 것 없이 널리 행해졌던 이러한 입춘축 붙이는 일은, “굿을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민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행해졌다.

입춘 때의 절식으로는, 매운맛이 나는 모듬나물 ‘오신채’가 있다. 부추, 마늘, 달래, 유채, 당귀, 미나리 싹 등 매운 나물 중 오방색이 나는 다섯 가지를 골라 무쳐먹었다. 쌉싸름한 나물로 이른 봄철 입맛을 돋우고, 겨우내 부족했던 영양을 보충했던 것이다. 

특히, 말이 봄에 들어선다는 입춘이지만, 한겨울 맹추위 못지않은 추위 때문에 그에 관한 뼈 아린 속담들도 전해 온다.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입춘 때는 반드시 춥다는 말.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입춘에 오줌독 깨진다./•입춘을 거꾸로 붙였나?-모두 매서운 입춘 추위를 이르는 속담들 이다.

그래도...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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