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문화발전소 - 충남 부여 LH꿈둥지작은도서관

충남 부여 규암면에 아파트 하나가 우뚝 서 있다. 500가구로 이뤄진 규암LH천년나무아파트입주민 대다수가 농업에서 은퇴한 60~90세 고령어르신이다. 이곳에는 꿈둥지작은도서관과 어린이집, 놀이터가 주민복지시설로 조성돼 있다. 어르신들은 경로당을 가듯 이 작은도서관으로 향한다. 어르신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LH꿈둥지작은도서관에 모인 어르신들이 뇌건강치매예방교육에 적극 참여하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민이 도서관 공간 조성나서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뇌건강치매예방교육프로그램을 기다리는 어르신 3명이 일찍 도서관을 방문했다. 평소 이들은 큰글씨로 된 어린이책을 열람하고 다양한 도서를 대여해가는 소문난 ‘독서왕’들이라고.

한 어르신은 “농사지을 동안에 좋은 책들이 나와 있어 관심이 생긴다”며 “유익한 내용의 책들이 많고 가까이에서 대여해 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웃음치료프로그램이 즐거워서 기억에 남는다”며 “나이 들면서 웃음이 야박해졌는데, 다 같이 스트레칭하고 웃을 수 있는 분위기에 마음껏 박장대소했다”고 전했다.

이날 치매예방교육을 진행하는 조경숙 한국작은도서관협회 교육팀장도 1시간 일찍 도착해 수업을 준비했다. 재능기부를 위해 전북 익산에서 충남 부여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그는 새로 온 어르신들을 반갑게 인사하며 맞이했다.

“LH공사에서는 사회보장서비스의 하나로 500가구 이상 아파트에 도서관을 짓고 한 도서관에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어요. 저는 전국 209곳의 LH아파트 작은도서관을 관리하는 커뮤니티매니저를 교육하고 배정하는 일을 하죠. 재능기부를 하고 싶어서 부여에 왔습니다.”

그에 따르면 꿈둥지작은도서관은 입주민들이 세운 도서관이나 다름없다. 초창기 입주민 7명이 지저분하던 창고를 청소하고 가벽을 세워 구역을 나누는 등 책 4천권의 라벨작업 봉사자로 나섰다. 도서관운영위원회가 구성돼 공간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다졌다.

충남 부여 규암면에 자리한 LH꿈둥지도서관에는 입주민 외에도 군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충남 부여 규암면에 자리한 LH꿈둥지도서관에는 입주민 외에도 군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독서하며 세상 넓게 바라보게 돼
4년여 시간이 흐르면서 도서관은 ‘주민 밀착형 복합공간’이 됐다. 또 지난해 10~11월에는 어린이집 원생 19명을 초대해 그림책마음읽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돌봄 품앗이에 힘썼다.

염동진 꿈둥지작은도서관장은 “주 1회 영화상영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며 “사회와 단절될 위험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은둔형 주민들을 도서관으로 불러 들여 문화에 눈뜨는 프로그램을 하면 공동체가 훨씬 행복해질 거라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웃음치료, 친환경생태테라피, 그림그리기, 미니테이블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염 관장은 아파트의 안내방송으로 교육일정을 알리고, 네이버 밴드와 카페를 운영하면서 안팎으로 도서관 홍보에 나서고 있다.

“꿈둥지작은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시행하는 문학나눔사업에 지원해 분기별로 신간도서를 꾸준히 제공받고 있어요. 어르신들에게 책은 세상을 넓게 바라보는 창이 될 겁니다.”

문체부는 문학나눔사업을 운영하며, 국내에서 이미 발간됐거나 앞으로 발간 예정인 초판 문학도서를 심사해 시·소설·수필·평론·희곡·아동·청소년 등 5개 분야 500여종의 도서를 선정, 문화 소외지역에 보급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처음 모습과 다르게 표정에 활기가 생겼다”며 “율동을 따라하는 것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언급했다.

치매예방교육이 시작되자 어르신 20여명이 자리를 가득 채워 앉고 눈빛을 반짝였다. 조 팀장은 양손을 번쩍 들어 치매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어르신에게 체조를 시연하며 에너지를 쏟았다. 조용하던 도서관이 교육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편, 꿈둥지작은도서관은 30평 규모의 더 넓은 장소로 2월 중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됐다고. 더 좋은 생활환경에서 입주민들을 맞이하겠다며 도서관 관계자들은 꿈둥지도서관의 새단장에 설렘을 전했다.

■ 제보했어요~ - 이미경 LH꿈둥지작은도서관 커뮤니티매니저
“농촌여성들의 꿈둥지 되길~”

이미경 커뮤니티매니저
이미경 커뮤니티매니저

이미경 커뮤니티매니저(규암면생활개선회원)는 농촌여성신문 애독자다. 꿈둥지작은도서관 간행물 코너에 매주 농촌여성신문을 비치하다가 도서관을 알리기 위해 신문에 소식을 제보했다.

-작은도서관에서 하는 일은.
도서를 관리하는 사서다. 평소에는 시설하우스에서 딸기와 토마토를 재배하면서 부업으로 도서관 일을 한다. 

최근에 어르신들과 시 낭송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책을 연계한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싶다. 그리고 농지가 많은 규암면에서 친환경농산물포장 프로그램도 좋을 것 같다. 농업인과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LH꿈둥지작은도서관은 아파트 입주민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토대는 입주민들이 마련했지만, 더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하며 도서관이 농촌여성들의 꿈둥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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