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가면 허리가 굽은 고령여성이 많은데 계속 몸을 숙이고 농사일을 해서다. 농촌의 여성노동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 아닐까.

지난해 농번기 마을 공동급식에 대한 취재를 했다. 농촌여성을 카메라에 담고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더니, 새참을 먹던 남성농업인들은 막걸리를 한 사발 마셔 붉어진 얼굴로 “남자가 하는 농사일이 훨씬 힘들지 여자가 하는 게 뭐 있나”라며 역정을 냈다. 아무도 반박 못하던 한낮의 일화였다. 가부장적인 인식이 뚜렷한 농촌 현실과 성 불평등이 여과 없이 드러난 단상이다.

똑같이 밭에서 일하고 혹은 여성이 더 힘들게 농사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집안일은 여성 혼자 한다. 가사노동을 함께 나누지 않으면 남성은 노후에 ‘생존 무능력자’가 될 수 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삼식이 남편을 개조할 지혜로운 방법이 농촌에 확산돼야 한다. 스스로 생활을 영위하는 일을 남성도 함께해야 혼자서도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 어머니는 어떻게든 살지만,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아버지는 어떡하지?” 대체로 많은 자녀들이 황혼에 어머니가 홀로 남는 것보다 아버지가 홀로 남는 것에 대해 더욱 걱정한다. 이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회가 과연 옳은 사회일까, 농촌여성들도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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